최근 세계 최고 갑부로 등극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세계식량계획(WFP) 수장이 기부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테슬라 주가 급등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개인 자산 3,000억 달러’ 고지마저 정복한 머스크가 ‘통 큰 기부’에 나설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WFP가 60억 달러(약 7조650억 원)로 어떻게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지를 이 트위터 타래(thread·같은 주제로 묶인 트윗)에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면, 나도 당장 테슬라 주식을 팔아 그것(기아 해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닷새 전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의 기부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비즐리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을 거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으면 말 그대로 죽어버리는 4,200만 명을 지원하기 위해 60억 달러(약 7조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60억 달러는 머스크 순자산의 2%에 불과한 만큼,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지구촌 갑부들이 기부를 해 달라는 호소였다.
결국 이날 머스크의 트윗은 '기부를 요구하기 전에 구체적 계획을 내놓는 게 먼저 아니냐’라는 가시 돋힌 반박으로 보인다. 특히 머스크는 “WFP는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대중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사실상 WFP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집행 능력 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비즐리 총장도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튿날인 1일, 자신의 트위터에 “60억 달러로 전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 게 아니다. 전례 없는 기아 위기 속에서 4,200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회성 기부를 말한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보다 먼저 “WFP는 투명성과 회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 다음 비행기로 당신에게 갈 수도 있다. 듣기 싫으면 나를 내쫓아라”라는 날 선 트윗도 올렸다. 다만 이 문구는 삭제한 뒤, 그 대신 “트위터 대신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 지구든 우주든,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만나서 WFP의 계획을 설명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머스크의 개인 재산은 현재 3,351억 달러(약 394조6,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세계 2위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1,930억 달러·약 227조3,000억 원)보다도 1,400억 달러 이상 많은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