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핸드볼 女 선수들 이젠 ‘비키니’ 대신 ‘반바지’ 입는다

입력
2021.11.0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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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노르웨이팀 반바지 착용
핸드볼연맹 '1500유로 벌금' 부과
"시대착오적 성차별" 논란 이어져

내년부터는 여자 비치핸드볼 선수들이 비키니 대신 반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된다. 종전 유니폼 착용 규정이 폐기되고, 새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자 선수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강제하는 행위가 시대착오적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나온 조치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여자 선수들은 몸에 딱 붙는 반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새 조치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지금까지 여자 선수들은 지침에 따라 ‘몸에 꼭 끼고 다리 위쪽으로 각도가 나도록 잘린’ 비키니를 입어야 했다. 이 때문에 그간 여성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지난 7월 노르웨이 여성 비치핸드볼 국가대표팀의 ‘반란’은 논란에 불을 당겼다. 당시 이들은 비키니 착용을 거부하고 짧은 바지 차림으로 유로비치볼 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율리 아스펠룬드 베르그 선수는 “비키니를 입으면 운동할 때 하의가 위로 말려 올라가서 늘 제자리에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며 “우리는 남자들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IHF는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벌금 1,500유로(약 200만 원)를 부과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여성 선수들에 대한 차별적 복장 규정 폐기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미국의 유명 가수 핑크는 노르웨이 대표팀 선수들의 벌금을 대신 내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5개국 스포츠 담당 장관들이 IHF에 “성별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가 스포츠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서한을 보냈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결국 연맹이 백기를 든 셈이다. 카레 게어 리오 노르웨이핸드볼연맹 회장은 “규정 변경을 촉발한 노르웨이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규정 개정에도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종전 비키니 의무에 비하면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여자 선수들에게는 몸에 밀착되는 의상을 입도록 한 반면, 남자 선수들은 ‘무릎 위 4인치(10㎝) 이내의 너무 헐렁하지 않은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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