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패스 없으면 돌아가세요" 목욕탕·헬스장 도입 첫날부터 혼란

입력
2021.1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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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다중이용시설 접종증명·음성확인 시행
"증명서 어디서 받나" "입장 시켜달라" 실랑이
업주들 "계도 기간 후 혼란 가중될 것" 걱정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1단계가 시행된 1일, 목욕탕과 헬스장 등 '백신 패스' 제도가 도입되는 업종에선 업주와 이용자들이 출입 허용 여부를 두고 씨름하며 혼란상을 연출했다. 백신 패스는 집단감염 우려가 높다고 판단되는 다중이용시설에 출입할 때 백신 접종 완료 또는 코로나19 음성을 증명하도록 하는 제도로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노래연습장 △경마·경륜·경정·카지노업 등이 대상이다.

이날부터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2주, 그외 시설은 1주 일정으로 백신 패스 계도 기간에 돌입했다. 서울 영등포구 목욕탕에선 직원 양모(60)씨가 손님이 올 때마다 "접종완료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방법을 모르는 손님에겐 직접 시범을 보이고 백신 패스가 없는 손님에겐 제도를 안내했다. 한 노인 손님은 "접종은 했는데 증명서를 어디서 받아야 하느냐"며 거듭 묻다가 결국 발길을 돌렸다.

이 목욕탕은 계도 기간과 상관없이 이날부터 백신 패스를 소지하지 않은 손님은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양씨는 "매일 오던 단골손님도 돌려보내야 하는 터라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오전부터 점심 무렵까지 6, 7명에게 백신 패스를 설명하고 돌려보냈는데 '열도 안 나는데 입장시켜달라'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인근 헬스장 코치 차모(33)씨는 이날 종일 출입문 앞에서 회원들에게 "오늘부터 접종증명서나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다"라고 일일이 안내했다. 차씨는 "계도 기간이라 미접종 회원들의 출입을 막고 있지 않지만, 이분들에게 '이후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라면서 "될 수 있으면 백신접종을 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이용권 정지를 요청하는 회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유예 기간을 뒀을 뿐 이날부터 엄연히 백신 패스제가 적용되고 있는데도 일부 업소는 미접종자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것처럼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시내의 한 헬스장은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샤워장 이용 가능' '백신 패스 관련은 2주 계도 기간 후 공지' 등의 문구가 담긴 안내문을 게시했다. 이런 현상을 의식한 듯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계도 기간 중 벌칙이나 행정처분을 부과하지는 않지만 제도 자체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업주들은 계도 기간 이후 혼란이 가중될 것을 걱정했다. 헬스장 직원 김모(26)씨는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안했다는 회원에게 '지금은 괜찮지만 계도 기간이 끝나면 백신 패스 없이는 입장할 수 없다'라고 했더니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묻더라"라면서 "지금도 문의가 많은데 계도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유지 기자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