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개인정보 규정 강화' 폭탄 맞은 IT 공룡들… 하반기 11조 원 증발

입력
2021.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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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4대 IT기업 매출 98억 달러 줄어"
개인 맞춤형 광고 수입원 기업 타격

미국 대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광고 매출액이 올해 하반기 100억 달러(약 11조8,000억 원)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월 애플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 개인정보 보호 규정 강화에 따른 ‘폭탄’을 맞은 결과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데이터 기반 광고 기술 기업 로테임의 분석을 인용해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스냅 등 미국 4대 정보기술(IT) 기업 광고 매출액이 올 하반기 12%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예상 감소액은 98억5,000만 달러(약 11조 원)로 추정됐다.

이는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 탓이 크다. 애플은 그간 앱 개발자가 △이용자의 사용 빈도 △주로 방문하는 웹사이트 등 광고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추적하는 걸 허용해 왔다. 예컨대 특정 인물이 검색 엔진에서 ‘신발’을 검색할 경우,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발 광고가 뜨는 걸 용인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올해 4월 앱 이용자가 허용해야만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도록 돌연 정책을 바꿨다. “아이폰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명분이었다. 그 이후, 미국 내 아이폰 사용자 10명 중 9명이 앱 추적을 막았고, 그 여파로 개인 맞춤형 광고를 핵심 수입원으로 삼는 빅테크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마이크 우슬리 로테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남성 속옷 브랜드의 경우,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5달러짜리 광고를 냈을 때 고객 한 명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이젠 2,000명에게 광고를 내보내야 하는 처지”라며 “누가 남자인지 모르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IT 대기업의 3분기 실적도 처참했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페이스북의 올 3분기 회사 매출 증가율(35%)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광고 판매 성장세 둔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 4분기 증가폭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 세계 3억 명이 사용 중인 동영상 기반 메신저 스냅챗의 모(母)회사 스냅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고 FT는 전했다. 페이스북보다 휴대폰 광고 사업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에반 스피겔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3분기 실적 악화와 4분기 둔화 전망을 발표하며 “어느 정도 사업 차질을 예상했지만 애플이 사생활 보호 정책을 바꾸면서 광고주가 효율을 예측하는 게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당시 미국 증시에서 스냅 주가는 27%나 급락했다.

애플이 내세운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두고는 ‘자사의 배만 불린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광고주들이 효과가 떨어진 SNS 플랫폼 대신 애플에 직접 광고비를 내면서 이 회사의 서비스 부문 수익도 다소 늘어난 탓이다. FT는 “애플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횡재’는 위선의 대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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