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한 달을 넘겼지만 국민 불신은 되레 커지고 있다. 만지작거리기만 했지 무엇 하나 제대로 의혹을 해소하지도, 이렇다 할 성과도 거두지 못한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에선 능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 검찰에 실망한 국민 65%가 특검 도입을 지지했다.
검찰의 늑장 압수수색에 이은 뒷북 수사, 부실 기소는 마치 잘 짜인 수순 같다. 성남시청 직원들조차 기다렸다는 압수수색은 수사 착수 20일이 넘어서야 이뤄졌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재판에 넘긴 게 유일한 성과인데 이마저 배임죄는 빠져 대장동 개발이익 환수가 난항에 빠졌다. 남은 3인방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사법처리는 아직도 미정인 상태다.
그렇다고 최대 의혹인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해 민간 업자에게 천문학적 이익이 돌아가게 한 과정과 이유가 드러난 것도 아니다. 이런 수사라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로 향하는 수사를 차단하려는 의도란 야당 주장을 반박하기 어렵다. ‘시장님 명을 받아서’라는 내용의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 사퇴 강요 녹취록까지 공개됐지만 윗선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곽상도 의원이 하나은행에 화천대유 컨소시엄 참여를 청탁했다는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장동 개발 종잣돈이 된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을 봐주기 수사했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달 5일 여야 대권 후보가 모두 결정되면 수사는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역대 대선 후보를 수사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은 피해자가 분명하고, 전 국민이 분노한다는 점에서 과거 대선 후보 관련 의혹과는 다르고 덮으려 한다고 덮일 사안도 아니다.
대장동 의혹 수사는 여당이나 야당에 불리할 수도, 유리할 수도 있다. 대선정국이란 민감성까지 더해져 검찰로선 행보 하나하나의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 검찰이라면 그럴수록 정치권이 아닌 사건의 실체만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