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s “정권 심판”日 유권자 선택은... 자민당 단독 과반이 관건

입력
2021.10.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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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중의원선거, 막판까지 접전
과반 실패 시 기시다 총리 책임론
홋카이도, 오사카서 자민당 크게 밀려


“개혁과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 때 ‘분배’가 많이 얘기됐는데, 그 재원에 대해서도 생각해서 투표했습니다.”(40대 여성)

“아베 신조 정권 때 공문서 위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자민당이 계속 집권해서 그런 문제를 은폐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정권 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90대 남성)

31일 도쿄 시나가와구의 한 초등학교 투표소. 가을비를 맞으며 투표를 마친 일본 유권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곳 ‘도쿄 3구’ 선거구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선거 전날인 30일 마지막 유세를 한 격전지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의 아들인 자민당 현직 이시하라 히로타카(57) 후보가 입헌민주당의 마쓰바라 진(65) 후보에게 박빙으로 뒤지며 고전 중이다. 후보자들은 주로 ‘경제’를 언급했지만 ‘정권교체’를 말하는 유권자들이 있어 민심은 팽팽하게 부딪쳤다.

이날 투표는 오후 8시에 종료됐지만 접전지역이 워낙 많아 출구조사만으론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실제 표심은 개표가 충분히 진행된 1일 새벽에야 확인할 수 있다.


기시다의 자민당, 단독 과반 달성 여부가 관심

총 465석(지역구 289석, 비례 176석)을 두고 1,051명이 입후보한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233석)를 유지할지 여부다. 실패할 경우 이전 의석(276석)보다 44석 이상 줄어드는 데다 2012년 아베 전 총리 당시 옛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후 처음으로 단독 과반이 무너지게 된다. 사실상 패배로 간주돼 거센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입헌민주당과 일본공산당 등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야권의 의석 수가 어느 정도 증가할지도 주목된다.

자민당은 2012년을 포함해 앞서 세 차례의 중의원 선거에서 모두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만약 단독 과반 붕괴가 현실화할 경우, 최근 당정 개편의 주역들이 궁지에 몰릴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전 아베 신조-스가 요시히데 내각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선거 전략이 지목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접전을 면치 못한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의 거취가 흔들릴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번 선거전에서 일본 국민의 관심은 경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등 민생에 쏠렸지만 기시다 총리는 야당과 비슷하게 ‘분배’를 강조해 야권의 강점을 무력화시켰다. 대신 자민당은 일본공산당에 대한 거부감을 이용해 야권 단일화를 비판하며 '적 기지 타격 능력 확보' 등 외교·안보 공약을 강조하고, 자민당을 선택하지 않으면 미일 동맹이 위협받는다고 공략했다. 반면 야권은 2012년 아베 2차 정권 출범 이후 스가 내각을 거쳐 이달 초 출범한 기시다 정권까지 이어진 ‘자민당 1강’ 정치의 문제점과 코로나19 대책 실정을 부각하며 소비세 인하 공약 등을 내걸었다.


결과는 1일 새벽에야 확인 가능... 홋카이도, 오사카에서 자민당 고전

이번 선거기간 여야 접전 지역이 많다 보니 언론의 사전 판세 전망도 엇갈렸다.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등은 자민당의 과반 달성이 ‘미묘하다’며 위태롭다는 쪽으로 보도했지만 아사히신문, 교도통신 등은 과반 달성은 충분하며 공명당과 합쳐 연립여당의 절대 안정 의석 달성도 가시권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홋카이도와 오사카에선 자민당이 입헌민주당과 일본유신회에 각각 크게 밀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사카 지역정당으로 출발해 세를 불려온 일본유신회는 오사카에서 후보를 낸 15개 선거구 중 11개 선거구에서 '우세'로 보도(요미우리신문)될 정도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