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교 '몰카 교장' 휴대폰에 여성 동영상… "1명은 학교 관계자"

입력
2021.10.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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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휴지통'에 여성 관련 영상 6개, 사진 3장
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있다" 구속영장 발부
경찰, 압수한 자택·사무실 PC도 포렌식 진행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 여교사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교장 A씨(구속)의 핸드폰에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과 이를 캡처한 사진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휴대폰에서 여성이 촬영된 동영상 6개와 동영상 속 여성을 캡처한 사진 3장을 발견하고 범행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 동영상과 사진은 저장된 파일을 삭제했을 때 이동하는 '휴지통 폴더'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해당 영상 속 여성 1명을 특정해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신원 파악에 나섰다. 특정된 피해자는 A씨와 같은 학교 관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경찰은 안양시 B초등학교 여교사 화장실에 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로 A씨를 구속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A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여교사 화장실 거울 앞에 놓인 티슈 상자 안쪽에 2~4㎝ 크기의 소형 카메라 한 대를 몰래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티슈 상자는 변기가 있는 곳이 아니라 세면대 거울 앞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불법 행위는 한 교직원이 티슈 상자에 그려진 동물의 눈이 이상해 자세히 들여다봤다가 카메라를 발견하고 학교 측에 알리면서 들통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관리책임자인 A씨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가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A씨는 카메라와 휴대폰을 통한 불법촬영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화장실) 카메라는 (발각되기) 하루 전에 설치한 것이며, 카메라와 휴대폰 촬영분 모두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카메라와 A씨의 휴대폰은 물론이고, A씨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압수한 컴퓨터 등에 대해서도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통해 여죄를 밝힐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카메라에 담긴 내용은 포렌식 작업 후 확인 가능하고 휴대폰 속 영상은 흐릿한 상태여서 육안 식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은 A씨를 직위해제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경기교사노조는 성명을 내고 “경기교육청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의 형벌로 처벌해야 한다”며 “불법촬영물의 삭제, 피해 교원의 회복 대책 등 구체적 대처 방안을 즉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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