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이 본 스릴러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 핼러윈도 집어삼켰다. 올해 핼러윈 시즌은 'K핼러윈'이었다. 영미권 학교와 일반 사무실을 비롯해 병원에선 '오징어게임' 의상을 입고 핼러윈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잇따랐다. 아예 집까지 '오징어게임' 세트처럼 꾸며 놓는가 하면, '오징어게임' 참가자 옷을 입고 극에 나오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한국의 전통놀이를 따라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 속 캐릭터와 놀이가 서양 대표적인 축제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렛 더 게임 비긴." 최근 미국 뉴햄프셔주의 한 주택가에선 '게임을 시작한다'는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한 주택 2층 전광판에서 '5:00'란 불이 켜졌다. 2초가 흐르자 "그린 라~이트, 레드 라이트!"란 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툭 튀어나온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잠시의 침묵, 어둠이 짙게 내린 주택가엔 극에서 참가자가 움직였을 때마다 나는 살인의 총소리가 요란하게 터졌다. '오징어게임'을 인상 깊게 본 현지 주민이 핼러윈 시즌을 맞아 집을 극 중 게임 세트처럼 꾸민 것이다. 이 설치 작업을 직접 했다는 저스틴 홀트씨는 31일 본보와 이메일로 만나 "거주자가 '오징어게임'을 많이 좋아했고, 500시간을 들여 꾸민 장식"이라고 작업 뒷얘기를 들려줬다. 핼러윈 시즌에 이 쇼의 스릴과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이벤트를 벌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싱가포르 출신 챈 아오판씨는 67번이 적힌 초록색 운동복을 위아래로 입고 29일(이하 현지시간) 기숙사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장을 갔다. 67번은 북에 있는 부모를 데려오기 위해 악착같이 게임에 참가한 새터민 강새벽(정호연)의 '오징어게임' 참가 번호다. 챈씨는 이 운동복을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SNS로 만난 그는 "'오징어게임'을 보는 데 유독 그 67번에 마음이 가더라"며 "극 중 캐릭터와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머리카락도 잘랐고, (핼러윈 데이인) 31일엔 이 옷을 입고 친구와 집에서 무서운 영화를 보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해외 일부 초·중·고에서 핼러윈 때 학생들의 '오징어게임' 의상 착용을 금지한다고 알려졌지만, 미국 유명 사립고인 존 버로 스쿨에선 29일 고학년생들이 '오징어게임'에 나온 줄다리기를 하며 핼러윈 파티를 즐겼다.
'오징어게임' 열풍은 핼러윈 시즌에 병원까지 파고들었다. 영국 버밍엄 소재 한 치과에선 의사 등이 '오징어게임' 운동복을 입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한 사진을 29일 SNS(@dr.gax)에 올렸다. 더불어 몇 번이 우승했는지 맞혀달라는 퀴즈를 내 환자들과 즐거움을 나눴다.
영미권에서 핼러윈은 외국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다. 기업들은 '오징어게임'을 활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직원들과의 벽을 허물었다.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한 경영 컨설팅 회사는 29일 사내 핼러윈 파티에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카드 형식으로 초청장을 만들어 직원들을 초대했다.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소재 마케팅 데이터 분석 플랫폼 관련 회사는 핼러윈 의상 경연 대회를 열었고, 제작팀이 '오징어게임' 의상을 단체로 맞춰 입고 나와 입상했다. 이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핼러윈을 맞아 현지 최대 유흥가 란콰이퐁의 클럽에선 '오징어게임' 의상과 분장을 한 이들이 점령했다.
세계 OTT 소비량을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30일 기준 38일째 1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