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대비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청약은 무주택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입니다. 하지만 수도권, 특히 서울 아파트 청약은 평균 경쟁률이 100대 1을 훌쩍 넘어 당첨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3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2.9대 1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2018년 30.6대 1, 2019년 31.6대 1, 지난해 88.2대 1로 매년 급격히 상승한 경쟁률이 올해 들어 급기야 세 자릿수를 돌파했습니다.
이런 경쟁률에는 일단 나오는 대로 넣고 보는 '묻지마 청약'도 한몫하는데, 실수요자들에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 폐해가 부메랑처럼 청약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당첨 후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을 포기하거나, '한 번 신청이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기입했다가 당첨 취소를 당할 경우 불이익이 장난이 아닙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십여 년간 쌓아온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합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청약통장은 당첨과 동시에 효력을 상실합니다. 계약을 포기했더라도 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당첨자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즉 당첨을 포기하는 순간 최대 15년간 쌓아온 '청약통장가입기간' 가점(만점 17점)이 '제로(0)'가 됩니다. 만점을 위해서는 기존 통장을 해지하고 재가입해 다시 15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당첨을 포기하면 청약 신청 자격도 일정 기간 제한됩니다. 투기과열지구 내 당첨자는 10년, 청약과열지역은 7년간 재당첨이 제한됩니다. 토지임대주택이나 투기과열지구 정비조합 당첨자도 5년간 청약이 불가능합니다. 같은 세대원인 배우자와 자녀 등도 청약이 제한돼 일가족의 내 집 마련 계획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갑니다. 비규제지역 등 일부지역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당첨이 가능하지만 애초에 공급 물량이 적은 데다 선호하는 주택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발적 포기 외에도 당첨 후 자격요건이 미달돼 당첨이 취소되는 '부적격 취소' 사례도 많습니다. 청약 신청 시 자료입력 단계에서 무주택기간이나 부양가족 수 등을 잘못 계산하거나 오기입하는 단순 실수가 대부분입니다. 무주택기간이 7년인데 10년으로 적거나, 부양가족이 2명인데 3명으로 체크한 경우입니다. 가점 제도가 워낙 복잡하고 단지별로 입주자 자격이 제각각이라 혼동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부적격 취소의 경우 자의적 포기와 달리 청약통장은 '일정 기간'만 무효가 됩니다. 수도권이나 투기과열지구·청약과열지구는 당첨일로부터 1년, 비규제지역은 6개월, 청약위축지역은 3개월입니다. 1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본인에게 적합한 주택이 공급된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첨 포기나 부적격 취소를 예방하기 위해 평소 자신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함께 정확한 청약가점 계산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장기간 무주택을 유지해온 예비청약자는 실거주 여부, 이사 및 자금 계획 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가점 계산 시에는 만 30세부터 산정되는 무주택기간이 30세 이전 결혼한 경우엔 '혼인신고일'부터 계산되는 등의 각종 예외 사항들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입주자모집공고를 비롯해 주민등록등본이나 청약통장가입확인서 등 당첨 후 제출해야 하는 공적자료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특별공급 청약 시에는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됩니다. '신혼부부'나 '다자녀', '생애최초' 등 특공은 단 한 번씩만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청약제도 자체가 워낙 복잡해 처음 도전하는 무주택자들이 부적격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부동산원이 제공하는 가상청약체험이나 청약계산기 등을 통해 사전에 연습을 해보거나 청약을 준비 중인 견본주택을 찾아가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