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에서 만난 미ㆍ영ㆍ프ㆍ독 정상들 "이란 핵 협상 중단 후 핵 개발 가속" 경고

입력
2021.10.31 09:57
11월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재개
4개국 정상 "이란 대통령 이번에 기회 잡아야" 경고
美 유럽 중재자 통한 간접 협상 방안 검토 중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이 30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란 핵 문제와 관련 서로 머리를 맞댔다. 내달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국의 대(對) 이란 정책과 관련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로마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도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모여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 논의했다. 4개국 정상은 회담 뒤 성명을 내고 “지난 6월 핵합의 복원 협상 중단 뒤 고농도 우라늄 농축을 지속하는 등의 이란의 도발적인 핵 활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핵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핵합의 복원 가능성을 희박하게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세예드 이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위급한 상황에 놓인 핵협상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이는 그 어느 나라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상황의 악화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란은 11월 내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4개국 정상은 이란이 협상에 불참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기술을 습득해 핵폭탄 제조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이란과의 간접협상이 중단된 뒤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다른 방안을 통해 이란을 압박할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2018년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자국 핵시설에 대한 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까지 상향했다. 이란은 그간 미국을 배제하고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등 나머지 당사국과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은 유럽 중재자들을 통해 간접 협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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