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무릎, 수술하면 원상 회복될까?

입력
2021.10.2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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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직접 쓰는 건강 칼럼] 이범식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쪼그려 앉거나 무거운 물건 들기, 무릎 건강의 적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매우 흔하다. 무릎 통증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무릎 내의 원인만 고려하면 무릎을 구성하는 관절 연골, 인대, 근육, 힘줄, 관절낭, 활액막 등 모든 구조물 이상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무릎은 몸의 부하를 담당하는 가장 큰 관절이지만 평편한 정강이뼈 위에 동그란 허벅지 뼈가 얹혀져 있는 불안정한 구조여서 다른 관절보다 외상에 취약하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부하나 충격으로도 퇴행성 병변이 생길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통풍 같은 염증성 질환을 제외하면 무릎 통증의 흔한 원인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젊은 연령대에서는 취업, 군 입대, 평소에 하지 않았던 운동을 시작한 뒤 발생한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많이 찾는다.

이는 갑자기 무리한 활동으로 인한 무릎 주위 힘줄 염증이나 근육성 통증 같은 과사용 손상(overuse injury)이 주원인이다. 적절한 휴식과 스트레칭 등을 기본으로 하는 운동 치료와 함께 필요 시 증상 완화를 위한 약 복용, 물리 치료 등으로 충분히 호전된다.

하지만 중년기 이후에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몸 근골격계에도 여러 퇴행성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에 따른 퇴행성 질환이 관절 통증의 주원인이다.

많은 환자가 무릎 통증이 생기면 수술 등 치료를 하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의학이 날로 발달해도 아직 관절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없다.

고장 난 기계를 수리하거나 썩은 치아를 치료할 때 기능 회복은 기대할 수 있지만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없듯이 퇴행성 변화에 따른 손상은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다.

간혹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하면 20대의 젊은 관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환자가 있지만 흔히 나타나는 노년기 퇴행성 관절염은 거의 대상이 아니다.

퇴행성 질환 치료는 정상 복원이 아닌 증상 호전을 위한 것이다. 약물 치료, 물리 치료, 주사 치료 등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행해도 증상이나 기능이 호전되지 않으면 무릎 인공관절, 절골술, 관절경을 통한 연골판 수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수술을 해도 완벽하지 않다. 가장 흔히 시행하는 인공관절 수술도 수술 전보다 통증은 줄지만, 수술 1년 뒤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10% 정도이고, 수술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도 20%나 된다. 또한 인공관절의 가장 심한 합병증인 삽입물 주위 감염은 1~2% 정도 보고되고 있다.

절골술 및 반월 연골판 절제술도 수술을 시행해도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남은 조직도 퇴행성 변화가 여전히 진행되므로 관절에 충격을 주는 행동을 삼가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비수술적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수술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여기는 환자가 많지만 수술은 한계가 있고 몸에 칼을 대기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수술은 알려진 위험보다 기대 이익, 즉 수술로 나아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을 때 시행한다.

모든 병이 그렇듯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다.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사고는 어쩔 수 없더라도 즐겨 하는 스포츠 활동에서 부상을 막으려면 준비운동을 빼먹지 말고 본인 능력에 맞게 운동을 해야 한다.

무릎 주변 근육, 특히 대퇴사두근을 튼튼히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한 근력은 부상을 예방하기도 하지만 관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된다.

무릎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졌거나 활동적인 여가를 즐기려면 근력을 키우는 노력을 하고 무릎에 무리가 가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특히 바닥에 쪼그려 앉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동작은 무릎 건강에 가장 좋지 않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