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김승언 경영혁신위원장을 앞세워 경영지배인 체제에 돌입한다.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진 선임이 불발되면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는 데 따른 조치다. 홍 회장을 제외한 오너 일가는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새 경영진 구성이 무산되면서 경영 안정화 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아닌 제3자 매각을 추진하려던 홍 회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매각을 둘러싼 한앤코와의 법정 다툼은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라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의 길은 요원한 상태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1명 등 신규 이사 4명을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 애초 홍 회장 측근을 중심으로 새 경영진이 구성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이날 홍 회장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홍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53.08%에 달한다.
경영진 교체가 무산되자 이날 오후 남양유업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사직을 원하는 이광범 대표이사 대신 김 위원장을 경영지배인으로 삼아 비상경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현재 사내이사인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와 모친인 지종숙 이사, 사외이사 1명은 사임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사임을 안 하는 이사는 홍 회장과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외이사 1명뿐이라 새 대표로 선출할 이사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매각 향방은 한앤코가 제기한 주식매매계약 이행 촉구 소송에서 결론 날 전망이다. 앞서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두 차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받아들이면서 홍 회장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홍 회장은 지난 8월 법원이 인용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따라 당장 제3의 매수자를 찾을 수도 없다.
특히 법원은 최근 한앤코가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문에서 양사의 계약이 유효하다는 법리 판단을 내놓아 향후 법정에서 한앤코가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이 수백억 원의 위약금을 물면서 계약 파기를 할 가능성도 나오지만 미지수"라며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날 텐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남양유업이 매각 결렬 사유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여전히 제3의 매수자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 측은 "신규 이사 선임으로 최소한의 경영 체제를 갖추려고 했으나, 정상화에 차질이 생겨 안타깝다"며 "일단 경영지배인 체제로 회사를 경영하면서 대주주로서 남양유업을 보다 더 발전시켜 줄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매각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