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교체 무산에 대표 없이 경영지배인 체제로… '사면초가' 남양유업

입력
2021.10.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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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임시주총에서 새 이사진 선임 불발
긴급이사회 열고 경영지배인 선임 
홍 회장 외 모친·장남, 사내이사 사임 예정

남양유업이 김승언 경영혁신위원장을 앞세워 경영지배인 체제에 돌입한다.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진 선임이 불발되면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는 데 따른 조치다. 홍 회장을 제외한 오너 일가는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새 경영진 구성이 무산되면서 경영 안정화 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아닌 제3자 매각을 추진하려던 홍 회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매각을 둘러싼 한앤코와의 법정 다툼은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라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의 길은 요원한 상태다.

경영 공백은 경영지배인으로… 홍 회장은 사내이사 잔류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1명 등 신규 이사 4명을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 애초 홍 회장 측근을 중심으로 새 경영진이 구성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이날 홍 회장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홍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53.08%에 달한다.

경영진 교체가 무산되자 이날 오후 남양유업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사직을 원하는 이광범 대표이사 대신 김 위원장을 경영지배인으로 삼아 비상경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현재 사내이사인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와 모친인 지종숙 이사, 사외이사 1명은 사임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사임을 안 하는 이사는 홍 회장과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외이사 1명뿐이라 새 대표로 선출할 이사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원식 회장 사면초가… 제3 매수자 찾을 수 있나

남양유업 매각 향방은 한앤코가 제기한 주식매매계약 이행 촉구 소송에서 결론 날 전망이다. 앞서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두 차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받아들이면서 홍 회장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홍 회장은 지난 8월 법원이 인용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따라 당장 제3의 매수자를 찾을 수도 없다.

특히 법원은 최근 한앤코가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문에서 양사의 계약이 유효하다는 법리 판단을 내놓아 향후 법정에서 한앤코가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이 수백억 원의 위약금을 물면서 계약 파기를 할 가능성도 나오지만 미지수"라며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날 텐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남양유업이 매각 결렬 사유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여전히 제3의 매수자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 측은 "신규 이사 선임으로 최소한의 경영 체제를 갖추려고 했으나, 정상화에 차질이 생겨 안타깝다"며 "일단 경영지배인 체제로 회사를 경영하면서 대주주로서 남양유업을 보다 더 발전시켜 줄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매각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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