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5일 경기지사직을 내려놓고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지 4일 만에 내놓은 깜짝 카드다. 소요 예산도 문제지만 다음 주부터 사적 모임을 완화하는 등 단계적 일상회복 절차에 돌입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추가 재난지원금 필요성부터 의문이다. ‘음식점 총량제’에 이어 즉흥적 아이디어를 너무 성급하게 제시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 후보는 경제 회생과 함께 지금까지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외국과 비교할 때 크게 적다는 점을 추가 지급 이유로 들었다. 실제 우리 정부가 지난해 4월 국내총생산(GDP)의 0.7%를 투입해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지급할 당시 일본은 GDP의 2.4%로 국민 1인당 10만 엔(약 105만 원), 미국은 GDP의 1.4%로 1,200달러(약 134만 원)씩 지급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 약 90% 국민에게 25만 원씩의 지원금을 추가 지급한 점을 고려하면 경제 규모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턱없이 작은 국가로서는 상당한 예산을 지출했다.
이 후보는 “추가 지원 규모는 함께 논의 중”이라며 민주당 또는 예산 당국과의 사전 조율 및 추경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다섯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동안 당정 협의가 힘겹게 진행됐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지원금을 대폭 늘린다”는 이 후보 구상처럼 국민 1인당 100만 원씩 지급한다면 소요 예산만 50조 원에 달하는데 기획재정부가 당정 협의장에 순순히 나오겠는가.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할 계획이라면 국가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서 중소 자영업자 등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피해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게 타당하다.
현실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대규모 지원 정책은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돈 풀기’라는 오해만 부를 수 있다. 대장동 사태로 궁지에 몰린 이 후보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전 국민 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보다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