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초강수... 대장동 현장서 '부동산 개혁' 보따리 풀었다

입력
2021.10.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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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결합 개발 근린공원 조성 현장 방문
부동산 백지신탁 등 부동산 개혁안 강조 
선대위 출범 앞서 '역공'으로 국면 전환 포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 대장동 사업과 결합 개발 중인 현장을 찾아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부동산 공약을 쏟아냈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관련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으로, 경기도 국정감사 출석에 이은 '초강수'를 둔 것이다. 다음 주 선대위 출범 이후 본격 대선 행보에서 대장동 의혹을 털어내고 '부동산 개혁'을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부동산 개혁 방안' 쏟아낸 이재명

이 후보는 이날 성남시 제1공단 근린공원 공사 현장을 찾아 "고위공직자들은 필수부동산 외에는 주식처럼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해 다 팔든지 아니면 위탁해 강제매각하든지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하위·중간 공직자와 도시계획·국토개발계획에 관여할 여지가 있는 공직자에 대해선 부동산 취득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일정 직급 이상 승진이나 임용 시에는 필수 부동산 외에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선대위에서 이러한 내용을 당 후보의 공식 정책으로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울러 △공공개발시 공사채나 지방채 발행 한도 예외 적용 및 개발이익 기반시설 투입 △공공주도 택지 개발·건설 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통한 개발이익 환수 등도 제시했다. 부동산 개혁에서 '추진력 있는 후보'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성남시 제1공단 근린공원에 대해서도 성남시장 시절 '대표적 성과'임을 강조했다. 성남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부터 제1공단 부지에 택지가 아니라 구시가지 거주 시민들을 위한 공원 조성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성남시장 재선 후 제1공단 근린공원화 사업과 관련, 대장동 개발사업자에게 조성 비용 전액을 부담시킨 '결합 개발'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는 "당시 성남시 가용예산이 3,000억 원이 안 됐는데, 2,700억 원이 들어가는 공원 조성은 시민의 세금으로는 영원히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재명, 당에 "방어 말고 공격을" 주문

다만 '대장동 의혹'에 대한 냉담한 여론을 의식한 듯 ,"일부 관련자들의 일탈이 있어 매우 죄송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에서도 대장동 사업 관련 현장 방문에 '대장동=이재명'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후보는 그럼에도 역공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함께 현장을 찾은 김병욱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단장에게 "방어가 아니라 선을 넘어서 공격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제1공단 부지에 대해서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성남시장이 주상복합 아파트 부지로 민간 개발을 허가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영 개발을 막은 국민의힘 정치인이 개발 이익을 나눠서 50억 원 클럽이 아니라 500억 원, 700억 원 클럽이 생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측 "범인은 범죄현장에 나타나"

이 후보를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행보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범인은 항상 범죄 현장에 나타난다'는 속설을 떠올릴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현장은 이 후보 지지자와 이 후보를 반대하는 이들이 몰려 어수선했다. 지지자들은 '대장동 결합개발 제1공단 공원화 사업 성남 시민들은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걸고 이 후보를 향해 환호한 반면, 일부 시민들은 '이재명 봐주기 수사를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맞섰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