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에게 (화상으로)연락을 해서 작품 설명을 했어요. 그는 무표정하게 듣고만 있다가 막판에 ‘좋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우리는 신이 나서 환호했습니다.”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39) 감독은 올해 할리우드가 낳은 최고 스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그마저도 마동석 캐스팅은 짜릿한 경험이었다. 자오 감독은 신작 ‘이터널스’ 개봉(11월 3일)을 앞두고 29일 오후 국내 언론과 온라인으로 만나 마동석 캐스팅 등 영화 제작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자오 감독은 4월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을 받았다. 여자 감독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은 두 번째로 2010년 캐서린 비글로우(‘허트 로커’) 이후 11년 만이며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서는 사상 최초다. ‘노매드랜드’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상을 휩쓸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터널스’는 7,000년 전 외계에서 온 불멸의 존재들이 지구를 지키는 과정을 그렸다. 앤젤리나 졸리와 셀마 헤이엑, 리처드 매든, 키트 해링턴 등 유명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마동석은 길가메시라는 신화적 존재를 연기했다. 한국 배우가 마블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마동석이 처음이다.
자오 감독은 “영화 ‘부산행’(2016)으로 마동석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서구에서 엄청난 인기가 있었던 영화에서 마동석의 액션뿐만 아니라 유머와 카리스마를 확인했다”고도 했다. 호기심에 “구글 검색을 해 마동석의 유튜브 영상을 추가로 보았다”며 “미국 오하이오주에 살면서 복싱을 연마했다는 내용을 보고선 단순한 배우가 아닌, 인생을 아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자오 감독은 “길가메시는 어느 문화권에서나 볼 수 있는 강인한 신화적인 남자”라며 “마동석은 우리보다 전문가라서 촬영장에서 액션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돌아봤다. 영화에선 마동석이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적을 물리치는, 간결하면서도 위력적인 액션이 종종 등장한다. 자오 감독은 “마동석이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시그니처 액션을 선물처럼, 헌사처럼 이번 영화에 넣었다”고 덧붙였다.
자오 감독에게 ‘이터널스’는 생애 첫 블록버스터다. 서정적인 저예산영화 ‘노매드랜드’와는 결이 달라 보인다. 하지만 자오 감독은 “두 영화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노매드랜드’는 한 명의 여정을 통해 주변환경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이터널스’는 장대한 우주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특이한 가족과도 같은 불멸적인 존재의 관계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자오 감독은 '이터널스' 등 자신의 작품에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관객분들이 개인적인 느낌이나 울림을 가져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굳이 저에게 물으신다면 저는 사랑을 선택하는 힘과 그 사람들의 공감력, 사랑을 선택하는 데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마동석,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