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에 정순택 대주교…서열 19위에서 3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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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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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으로 정순택 대주교를 임명했다. 정 대주교는 교구장 임명과 동시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서 대주교로 승품됐다. 이로써 염수정 추기경을 제외한 현직 한국 천주교 주교단 26명 가운데 정 대주교의 서열은 19위에서 3위로 높아졌다. 교계에서는 정 대주교가 주교단 사이에서 어린 편이고 서열도 낮았기 때문에 이번 임명이 놀랍다는 반응도 나온다.

28일 한국 천주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7시(로마 현지시각 정오)에 정순택 베드로 주교를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로 임명했다. 정 대주교는 “하느님은 그야말로 ‘비욘드(beyond)’이시다”라면서 “우리의 인간을 생각을 훨씬 넘는 분이시기에 그분의 계획이나 생각을 우리가 미리 가늠하거나 헤아릴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교는 천주교에서 교구 사목을 책임지는 고위성직자로 신부들 사이에서 교황이 임명하며 대주교, 주교, 부교구장 주교, 보좌 주교 등으로 나뉘어진다. 교황은 세계 주교단의 단장을 맡는다. 한국 주교회의 정회원은 김희중·조환길·정순택 대주교 등 대주교 3명과 교구장 주교 13명, 보좌주교 9명에 자치구장 서리 1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이다.



이제까지 서울대교구장을 맡아왔던 염수정 추기경은 원로로 물러나게 됐다. 원로 주교는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을 포함해 모두 16명으로 늘어났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교구장 임기가 만 75세까지여서 염 추기경은 이전부터 사임 의사를 표시하셨다”라면서 “계속 임기가 연장되다가 이번에 뜻이 받아들여진 것”라고 설명했다. 염 추기경은 1943년생으로 올해 78세다. 염 추기경은 신임 교구장 임명을 두고 “교구에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 기쁨이고 축복”이라는 뜻을 밝혔다.

정 대주교는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나 1984년 서울대 공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 편입했다. 1992년 가르멜회 인천수도원에서 사제가 됐고 2000년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을 떠나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이후 수도원에서 여러 보직을 거쳤고 로마 총본부에서 최고 평의원으로서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담당 부총장으로 일하다가 2013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됐다. 정식 주교 서품은 2014년 2월에 받았다.

천주교가 한국에 전파된 이후, 한국인 서울대교구장은 이제까지 4명이 있었다. 첫 한국인 교구장이었던 노기남 대주교 이후 김수환 추기경이 직책을 넘겨받았고 최근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이 뒤를 이었다. 김수환 추기경 이후로 모든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에 임명됐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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