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수형자를 접견할 때 소송이 진행 중이지 않다는 이유로 변호사 접견이 아닌 일반 접견을 하도록 한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살인죄 등으로 복역 중인 박모씨의 변호인 A씨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9조2 제1항 제2호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변호사가 접견을 하기 위해선 소송이 진행 중이란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2017년 법 조항에 의해 자신이 의뢰인과 변호사 접견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A씨는 당시 박씨의 형사 재심 청구를 위해 선임된 상태였고, 소송이 진행되기 전이어서 제출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교도소는 A씨에 대해 일반 접견만 허용했다. 변호사 접견은 1시간 동안 가능하고 대화가 녹음되지 않지만, 일반 접견은 30분 이내로만 가능하고 대화가 기록된다는 차이가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다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변호사가 진지하게 소 제기 여부 및 변론 방향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일반 접견만으로 수형자에게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기 어렵다"면서 "해당 조항은 변호사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또 "수형자 역시 소송 승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접견마저 충분하지 않다면 변호사를 믿고 소송절차를 진행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변호사 도움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접견이 제한되면 수형자의 재판 청구권 역시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반대 의견을 낸 이종석 재판관은 "(이 조항은) 집사 변호사와 같이 탈법적 의도로 변호사 접견권을 남용하려는 시도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며 "소송 계속은 접견을 제한하기 위한 기준으로 객관적"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