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통령이 되든

입력
2021.10.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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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보다 정권 교체냐 정권 유지냐 
덜 나쁜 후보를 고르는 차악 선택 
메르켈 같은 지도자 나올 수 없어


곰곰 생각해 보면 차기 대통령은 지금 대선 후보 중 아무나 해도 될 것 같다. 역대 대통령들의 행적을 떠올려 보면 누가 되든 어차피 성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 퇴임 후 국민의 존경을 받은 인물이 있기나 한가. 취임 초기 반짝 지지를 받다가 말년으로 갈수록 엉망이 됐다. 이후 피살 자살 수감, 아니면 자식 수감 등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그렇게 잘못할 것이었다면 왜 국민은 그들을 뽑은 걸까.

대통령을 시험으로 뽑는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과거 3개 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44세의 젊은 나이에 농림부 장관을 지냈던 장덕진씨가 시험으로 뽑는다면 대통령도 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공약으로 공직자후보 기초자격시험을 보도록 하겠다는 얘기를 했으나 당내·외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실제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거나 지금과 같은 정치체제에서는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고 최종적으로는 욕을 먹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락하는 구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처럼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나올 수 없는 것 같다.

정치적 충원과정도 문제다. 세를 규합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족보를 알 수 없는 캠프 인사들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다. 점 조직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캠프 인사의 인간적 됨됨이나 범죄경력 조사는 언감생심일 것이다. 후보가 일일이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선이 된 이후에는 무슨 측근 비리가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또 행여 당선이 되면 힘 있는 자리에 갈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에게는 파리 떼가 붙기 마련이다. 정치가 국민을 실망시키는 지점일 것이다.

과거 대통령 선거캠프에 뛰어들었던 지인들은 캠프로 가는 것이 벤처투자라고 했다. 안 되면 쪽박, 잘되면 대박이라는 것이다. 현직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이 캠프로 가기는 어렵다. 퇴직을 앞뒀거나 퇴직을 한 사람, 먹고사는 걱정이 없거나 선거에 지더라도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전문직들이 많다. 그래서 각 캠프에 변호사들이 넘쳐난다.

결국 선거가 승리로 끝나면 캠프 관계자들에게 벤처투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게 공직 배분이라는 엽관제로 나타난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면 낙하산이 우수수 떨어진다. 낙하산의 질적인 보장이 어렵다. 게다가 각종 이권도 챙겨 줘야 한다. 대장동 사태도 지자체장 선거의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 지시한 자는 멀쩡하고 실행한 사람만 감방으로 간다. 대장동 개발에 개입한 유동규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모순은 정치적 충원과정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하긴 마피아나 조폭도 실제 칼을 휘두른 행동대원만 감방에 간다. 법률 체계나 검찰 수사나 법원의 판단에도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검찰은 수사 능력이 없거나 고의적 부실 수사를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

지금 여야 대선 후보군을 보면 마음이 갑갑해진다. 누구 하나 흠집이 없는 인물이 없다. 흠집이 없어 보이는 인물은 호감도가 떨어진다. 그만큼 인물이 없다는 얘기로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번만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대체로 덜 나쁜 후보를 고르는 차악(次惡)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래서 무관심층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번 대통령 선거 역시 일단 여야 후보가 정해지면 인물 선택보다 정권 교체, 정권 유지에 대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누가 되든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조재우 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