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꼼수 개명'

입력
2021.10.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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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이 새로운 회사명 공개를 앞두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재학 시절인 2004년 학생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공유하던 책자에서 작명한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은 앞으로 회사명에서 사라지고 페이스북은 서비스 명칭으로만 남게 된다.

□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바꾸기로 한 배경은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저커버그는 7월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을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등 사업모델 전환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지난 1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개발 중인 고해상도의 가상현실(VR) 체험용 헤드셋을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는 등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관심을 재차 표명했다.

□ 사업모델을 바꿀 때 회사명을 변경하는 사례는 흔하다. 검색엔진 운영이 주력이던 구글은 2015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이름을 알파벳으로 변경했다. SNS 기업 스냅챗도 2016년 스냅으로 개명하며 기업 정체성을 카메라 회사로 규정한 바 있다. 반면 회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려 사명을 변경한 사례도 있다. 말보로 제조사인 필립모리스는 2003년 ‘담배’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알트리아로 이름을 바꿨고, 이라크전에서 민간인을 학살해 기소됐던 민간군사기업인 블랙워터 USA도 ‘전쟁기업’ 이미지를 떨쳐내려 ‘Xe’로 회사명을 바꾸었다.

□ 회사명을 바꿔 새 사업모델 추진 의지를 다지겠다는 페이스북의 시도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시기가 묘하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인스타그램이 10대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살했고, 허위정보와 혐오표현을 방치했다는 등 내부고발 문건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비윤리적 행태를 앞다퉈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내부고발 문건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새 회사명으로 ‘Two faced(표리부동)’, ‘Bald-faced(뻔뻔한)’ 같은 이름이 적합하다는 조롱이 쏟아지는 이유다. 페이스북이 자신의 영향력에 걸맞은 기업윤리 쇄신에 실패한다면 이번 회사명 개명은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이왕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