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오명 벗자" 이태원 상인들, 핼러윈을 재도약 발판으로

입력
2021.10.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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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게이트 설치·선별검사 실시
방역용품 비치·좌석 거리두기도
커피숍 매출 회복 분위기 좋아져 
주말 의상·메이크업 예약도 꽉 차
"침체된 이태원 상권 살릴 기회"

"작년에 이태원발 집단감염으로 홍역을 치렀잖아요. 올해는 상처 입은 상권이 회복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내달 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을 앞두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이달 31일 핼러윈데이를 목전에 둔 이태원 상인들의 분위기는 특히 남달랐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의 온상지로 지목돼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이태원 상인들은 이번 주말 핼러윈데이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28일 이태원 상인들로 구성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에 따르면, 상인들은 핼러윈데이를 맞아 관광특구 방역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인파가 집중되는 해밀턴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 음식점 종사자들을 상대로 지난 25일부터 코로나19 선제 검사를 시작했고, 금요일(29일)부터는 지난해와 똑같이 '방역 게이트'를 세운다는 계획도 세웠다. 방역 게이트 앞에선 마스크 미착용자 선별, 전자출입명부 확인, 발열체크, 손소독 등이 진행된다.

상인들도 호박이나 박쥐 모양 장식품 등으로 가게를 장식하는 동시에 자발적으로 방역활동에 나섰다. 상점마다 좌석 간 거리두기와 투명 가림막 설치가 이뤄졌고, 자가진단키트를 비치해 놓은 곳도 적지 않았다. 유태혁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부회장은 "상점 사장들에게 진단키트, 손소독제, 살균용품 등을 제공했다. 모두들 집단감염의 오명을 벗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침체됐던 이태원 상권도 최근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상인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태원은 지난해 5월 클럽발 집단감염 이후 시민들 발길이 끊겨 상점들이 줄폐업하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태원의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올해 2분기 31.9%에 달해 지난해 1분기(6.4%)보다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상인들은 핼러윈데이가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태원의 커피숍 직원인 문나라씨는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하루에 20만 원도 안 되던 매출이 100만 원 수준으로 회복했다"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핼러윈데이 전용 메이크업이나 의상 예약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메이크업숍 직원 이모씨는 "30일과 31일은 하루종일 메이크업 예약이 잡혀 있다"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할인 행사조차 못했던 지난해 핼러윈데이와 비교하면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상인들의 기대처럼 올해 핼러윈데이에는 지난해보다 많은 인파가 이태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에 이태원을 찾을 예정인 대학생 김모(27)씨는 "축제 분위기를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아 핼러윈데이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도 완료해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특별한 문제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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