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코소보 유혈사태 현장에서, 인도양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한 2004년 태국에서, 저자는 유해를 살펴 고인이 남긴 이야기를 찾아내는 일을 했다. 그는 해부실이나 범죄 현장, 또는 자연재해가 발생한 곳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을 조사하고 분석해 고인의 살아생전 정체성을 찾아내는 법의인류학자(forensic anthropologist)다. '남아 있는 모든 것'은 이 같은 저자의 현장 경험을 전하면서 죽음을 큰 상실이나 두려움, 혐오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인생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법의인류학은 살면서 형성된 정체성과 죽음 속에 남은 육체의 형태를 다시 결합해 인생 전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그에게 훼손된 시신을 접하는 일은 일상이다. 이는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수많은 진보를 이룬 21세기 인류가 죽음과 삶이 맺고 있는 유대 관계에 관해서는 과거보다 이해도가 낮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지막 순간도 계획해 뒀다고 강조한다. 육체를 가진 존재로 영원히 살아가기를 꿈꾸는 대신 시신이 해부학 수업에 쓰여 해부학 학습자들의 마음속에서 불멸하는 게 저자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