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노태우 국립현충원 안장, 문 대통령에 달렸다

입력
2021.10.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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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불가능... 최종 결정은 국무회의서
靑 "국민 수용성 감안해 정무적 판단 필요"
유족 "최대한 검소하게... 정부와 협의할 것"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을까.

26일 별세한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쿠데타(내란죄) 주역이었다는 전력 때문에 현행법상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아니다. 다만 국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하면 현충원에 안장될 길이 열린다. 전직 대통령의 안장 장소를 결정할 최종 권한이 국무회의에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판단에 달린 셈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와 관련해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현행법상 안장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은 현충원 안장 대상자를 전직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으로 명시하면서도 예외를 뒀다. 형법상 내란죄를 저지르고 형이 확정돼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사람은 사후에도 예우할 수 없다는 취지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죄와 내란목적살인죄 등이 확정돼 징역 17년과 추징금 2,688억 원을 선고받았다. 김영삼 정부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특별사면을 결정해 사면·복권됐지만, 이 법은 사면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내란죄를 저지른 사실 자체는 불변이니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영구 박탈된다는 의미다.

단, 국무회의가 국가장을 결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행 국가장법은 전직 대통령의 유족 의견 등을 들은 뒤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장 여부를 정할 수 있다. 국가장이 결정되면 정부가 빈소를 설치, 운영하며 운구와 영결식, 안장식을 주관해 경우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도 가능해진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국가장을 치르고 현충원에 안장하라고 결정했다.

청와대는 26일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국립묘지 안장 여부와 관련해 "국민들의 수용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며 "내부 절차에 따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장 여부에 대해서도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되더라도 법률상 국가장을 치르는 것은 가능하다"며 "앞으로 논의를 더 해보겠다"고 했다.

유족은 "노 전 대통령이 장례는 국법에 따라 최대한 검소하게 해주시길 원했다"며 "장지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재임시 조성한 통일 동산이 있는 파주로 모시는것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