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가 겪게 될 피해 규모를 과소평가한 경제학자들로 인해 기후위기가 더 심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이 위기의 악영향은 저평가한 반면, 친환경 기술의 비용은 높게 평가해 각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 입안이 더뎌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폭우·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상 현상 때문에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니콜라스 스턴 영국 런던경제대 교수는 이날 “그간 기후위기 심각성을 따질 때 젊은이들의 생명과 미래 세대의 삶은 저평가돼 왔다”고 밝혔다. 2006년 10월 스턴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딴 ‘스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위험을 경고했던 첫 번째 연구였다. 지금도 기후 문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보고서다.
스턴 교수는 미래 세대 위험 저평가가 결국 기후위기 심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자들은 후손들이 겪을 악영향은 낮게 본 반면, 친환경 기술 발전은 고려하지 않으면서 기후행동을 위한 비용을 높게 계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연구들을 보고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한 각국 정부도 그간 관련 정책 입안에 속도를 내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스턴 보고서가 발표된 15년 전보다 오히려 20% 늘어난 상황이다.
최근에도 기후변화는 점점 심화하고 있다. 전날 이탈리아에서는 지중해성 허리케인 탓에 폭우가 쏟아졌다. 시칠리아주(州) 카타니아의 경우, 하루에만 300㎜의 비가 내렸다. 해당 지역 연평균 강수량 절반에 이르는 양이다.
국가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곳도 있다. 이날 왕립네덜란드기상연구소(KNMI)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2100년에는 네덜란드 해수면이 지금보다 1.2m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2014년 예측보다 20㎝ 더 높아진 수치로, 기후변화가 그만큼 더 심각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네덜란드는 영토의 26%가량이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해수면 상승은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스턴 교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선 일단 국제사회 주도의 기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도상국도 저탄소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2009년부터 1,000억 달러(약 116조 8,000억 원) 규모의 기후 기금 조성을 요구해 왔다. 내달 1일 개막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해당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