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청와대에서 만난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경선 후유증에 시달렸던 비문재인계인 이 후보 입장에선 문 대통령으로부터 '후계자'로서 인정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문 대통령은 내일 오전 11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차담 형식으로 이 후보와 면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면담에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만이 배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은 전례에 비해 다소 늦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대선후보를 선출된 지 이틀 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를 선출된 지 13일 만에 회동을 가졌다. 민주당이 경선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청와대가 회동 추진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날 이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 일정 부분 앙금을 털어내면서 청와대도 회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후보 측은 27일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기대했다. 청와대 비서실이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 후보 측 바람보다 일정을 앞당긴 데에는 경선 후유증과 '대장동 의혹'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경기지사직 사퇴 직후 현재와 미래 권력이 손 잡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층 결속 강화와 국면 전환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과 당내 비주류이자 비문재인계인 이 후보는 정치적 결이 다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정권교체론'을 말할 정도다. 다만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30%대 후반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만큼, '대장동 의혹'에 휘말려 있는 이 후보 입장에선 문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가 절실하다.
다만 회동에선 대장동 의혹 등 정치적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와의 회동이 대장동 의혹에 대한 '면죄부'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입장 표명을 자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이 후보와의 만남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면담의 의제도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고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사안으로 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과의 회동 후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만나 선대위 참여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