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도 정권교체”라는 궤변

입력
2021.10.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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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의 황당한 문 정권 ‘손절’ 시늉
실정 책임 회피 위한 ‘유체이탈’ 화법
전략적 수사 국민이 올바른 판단해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정권교체”라는 기묘한 얘기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새로운 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시작한 이래, CBS 라디오와 연합뉴스TV 등의 매체를 통해 최근 일주일 동안 네 차례나 ‘이재명 정권교체론’을 주장했다.

지금의 문재인 정권은 곧 민주당 정권이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이 내세운 차기 대통령 후보다. 따라서 이 후보의 당선은 당연히 문재인 정권의 계승이자 민주당 정권의 집권 연장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상왕’으로 지목돼온 이해찬 전 대표가 천명한 ‘20년 집권, 100년 정당, 정권 재창출’을 향한 분수령이기도 하다. 이처럼 명확한 진실을 모를 리 없는 송 대표가 애써 뜬금없는 소리를 퍼뜨리며 나선 배경은 다른 데 있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회복 불능일 정도로 심각하다. 문 대통령 개인 지지도가 여전히 30%대 후반을 나타내는 이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은 60%에 육박한다. 국민 다수는 민주당에 더 이상 국가 통치권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송 대표로서는 이 후보를 현 정권의 계승자로 내세우기보다,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표를 더 얻겠다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사실 현 정권이 국정 실패로 국민에게 떠넘긴 고통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어설픈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과속인상과 일자리정책 등 대부분 정책 세목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채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심지어 최근엔 소주성 설계자로 꼽히는 홍장표 KDI 원장조차도 실패를 인정했을 정도다.

당위에 매몰돼 현실을 무시한 채 덮어놓고 저질렀다가 낭패에 이른 정책은 그뿐 아니다. 강행된 탈원전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이 더 절실해지고, 국제사회가 되레 안전성을 강화한 원전 활용을 적극 모색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공공부문 고용 확대부터 비정규직 제로 정책 역시 실효적 성과보다는 공공기관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 같은 부작용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현 정권 실패의 결정판은 역시 부동산 정책이다. 오는 29일 서울에서 2차 촛불집회를 추진 중인 ‘무주택자 공동행동’은 그 동안 무주택자들이 겪은 고통을 ‘지옥의 5년’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두 배씩이나 뛰는 집값을 보며 전국 900만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이 겪었을 좌절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치솟은 주거비를 물가에 본격 반영한다면 국민 대다수의 생활형편은 유례없는 속도로 급전직하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부동산 정책과 연관돼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경제 전반에 드리운 그늘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고질로 남을 것이다.

이러니 송 대표로서는 차기 대선이 문 정부에 대한 평가 구도로 가는 걸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차기 대선에 애써 거리를 두고 있는 청와대 역시 비슷한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의 국가운영 실패 책임은 “이재명도 정권교체”라는 얕은 교언으로 어물쩍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요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 힘 예비후보가 각각 국민을 깔보는 교언과 기행으로 연일 논란을 빚고 있지만, 송 대표의 궤변 또한 일찍이 없었던 정치적 몰염치의 ‘끝장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명한 국민이 직시하고 옳게 판단하기를 바랄 뿐이다.

장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