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정권교체”라는 기묘한 얘기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새로운 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시작한 이래, CBS 라디오와 연합뉴스TV 등의 매체를 통해 최근 일주일 동안 네 차례나 ‘이재명 정권교체론’을 주장했다.
지금의 문재인 정권은 곧 민주당 정권이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이 내세운 차기 대통령 후보다. 따라서 이 후보의 당선은 당연히 문재인 정권의 계승이자 민주당 정권의 집권 연장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상왕’으로 지목돼온 이해찬 전 대표가 천명한 ‘20년 집권, 100년 정당, 정권 재창출’을 향한 분수령이기도 하다. 이처럼 명확한 진실을 모를 리 없는 송 대표가 애써 뜬금없는 소리를 퍼뜨리며 나선 배경은 다른 데 있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회복 불능일 정도로 심각하다. 문 대통령 개인 지지도가 여전히 30%대 후반을 나타내는 이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은 60%에 육박한다. 국민 다수는 민주당에 더 이상 국가 통치권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송 대표로서는 이 후보를 현 정권의 계승자로 내세우기보다,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표를 더 얻겠다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사실 현 정권이 국정 실패로 국민에게 떠넘긴 고통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어설픈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과속인상과 일자리정책 등 대부분 정책 세목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채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심지어 최근엔 소주성 설계자로 꼽히는 홍장표 KDI 원장조차도 실패를 인정했을 정도다.
당위에 매몰돼 현실을 무시한 채 덮어놓고 저질렀다가 낭패에 이른 정책은 그뿐 아니다. 강행된 탈원전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이 더 절실해지고, 국제사회가 되레 안전성을 강화한 원전 활용을 적극 모색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공공부문 고용 확대부터 비정규직 제로 정책 역시 실효적 성과보다는 공공기관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 같은 부작용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현 정권 실패의 결정판은 역시 부동산 정책이다. 오는 29일 서울에서 2차 촛불집회를 추진 중인 ‘무주택자 공동행동’은 그 동안 무주택자들이 겪은 고통을 ‘지옥의 5년’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두 배씩이나 뛰는 집값을 보며 전국 900만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이 겪었을 좌절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치솟은 주거비를 물가에 본격 반영한다면 국민 대다수의 생활형편은 유례없는 속도로 급전직하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부동산 정책과 연관돼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경제 전반에 드리운 그늘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고질로 남을 것이다.
이러니 송 대표로서는 차기 대선이 문 정부에 대한 평가 구도로 가는 걸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차기 대선에 애써 거리를 두고 있는 청와대 역시 비슷한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의 국가운영 실패 책임은 “이재명도 정권교체”라는 얕은 교언으로 어물쩍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요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 힘 예비후보가 각각 국민을 깔보는 교언과 기행으로 연일 논란을 빚고 있지만, 송 대표의 궤변 또한 일찍이 없었던 정치적 몰염치의 ‘끝장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명한 국민이 직시하고 옳게 판단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