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 사이의 검은 거래가 윤곽을 드러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이 공개되면서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할 때 영장에 적시했던 배임 혐의가 빠진 것은 물론, 뇌물 명목이 변경되는 등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더구나 구체적 물증 없이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을 토대로 작성한 공소장이라 향후 법정에서 공소 유지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확정되기 3년 전인 2012년 남욱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우면 사업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공사 설립이 확정된 이후에는 “땅을 못 사면 내가 해결해 주고, 개발 구획은 너희 마음대로 다 해라”면서 사업권을 넘기는 대가로 3억5,200만 원의 뇌물을 받는 대담함을 보였다. 민관 공동개발로 화천대유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긴 뒤에는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대가를 요구, 700억 원 제공을 약정받았다. 하지만 A4용지 8장짜리 공소장에는 남 변호사 등이 공사 설립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등 구체적 내용이 빠져 있다.
유 전 본부장 혐의도 구속 당시 영장에 적시된 내용과 크게 다르다. 구속영장의 핵심이 사업 허가권자로서의 배임과 뇌물수수였다면 공소장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김만배씨의 개인적 검은 거래가 골격이다.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해 받은 3억 원의 뇌물은 대장동 사업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둔갑했다. 무엇보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당사자 진술을 토대로 구성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구체적 물증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당장 유 전 본부장 측은 “공소사실은 전혀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소장의 허술한 구조를 보면 김만배씨 영장기각에 이어 검찰의 부실수사를 또다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늑장ㆍ뒷북 수사에 대한 국민적 질책을 받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 공소유지마저 실패한다면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