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24일 서울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제 등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해 나가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본부장도 “김 대표와 종전선언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다”고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한미일 정보 수장이 서울에서,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워싱턴에서 회동한 데 이어 김 대표가 곧바로 방한한 건 고무적인 흐름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잇따른 상황에도 양국이 맞대응의 악순환을 지양하고 외교적 해법을 견지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아직 분명하지 않고, 협의의 결과가 나오지 못한 건 아쉽다. 종전선언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문안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며 잔뜩 커진 기대엔 크게 못 미쳤다. 북한의 SLBM 발사를 ‘도발이 아닌 위협’으로 규정한 한국 정부와 달리 김 대표가 이를 ‘도발’로 못 박은 것도 한미 간 온도 차를 보여준다. 김 대표가 ‘비생산적인 활동’이라며 북한의 우라늄 농축 등 핵 활동을 사실상 경고한 것은 결이 다른 대목이다. 한미가 좀 더 긴밀한 협의를 거쳐 입장과 시각을 통일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미는 추후 만남에서 논의를 진전시켜 생산적 결실을 맺고 용어 하나에도 한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엇박자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대북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북한도 더 이상 무력 도발로 몸값을 올리려는 술수는 오히려 역효과만 키운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종전선언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북한이다. 그럼에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건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눈앞의 기회를 차버리는 것과 같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도 일단 대화의 장으로 나와 요구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