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뇌물수수액 8억에서 3억으로 확 줄어든 이유는

입력
2021.10.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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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가 올 초 남욱에 수표로 4억 건네
유동규에 간 것으로 봤지만 흔적 못 찾아
검찰, 김만배가 인출한 돈 사용처 추적 중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의 공소장에 적힌 뇌물수수액이 구속영장 청구 당시 8억 원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이유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5)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 사이의 돈 거래에서 유씨의 흔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초 김씨와 남 변호사가 수표로 4억 원을 거래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 돈이 유씨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아직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지난 2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뇌물수수액을 8억 원으로 적시했다. 3억 원은 2013년쯤 남 변호사 등 민간 사업자들이 마련해 유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봤고, 5억 원은 올해 초 김만배씨가 건넨 것으로 적시했다. 특히 유씨가 김씨에게 받았다는 5억 원 가운데 4억 원은 수표로, 나머지 1억 원은 현금으로 건네졌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1일 유씨를 구속기소하면서 뇌물수수액이 3억 원이 조금 넘는다고 밝혔다. 유씨가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할 때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사업편의 제공 대가로 여러 차례에 걸쳐 3억5,2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에게 올해 초 받았다는 5억 원이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정영학(53) 회계사 녹취록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유씨에게 건너갔다는 수표 4억 원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이 배당되기 시작한 2019년에 남 변호사에게 4억 원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남 변호사는 자신의 배당금 중 4억 원을 천화동인 4호 계좌에서 김씨 계좌로 이체했다.

2년 뒤인 올해 1월 김씨는 1,000만 원짜리 수표로 40장(4억 원)을 인출해 남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검찰이 유씨에게 건너갔다고 의심한 수표 4억 원은 이 지점에서 등장했다. 김씨 측은 검찰에서 "남 변호사에게 빌린 4억 원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초 수표 4억 원이 남 변호사를 통해 유씨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수표는 천화동인 4호 계좌로 입금돼 임직원 인건비로 사용한 것으로 회계처리됐다. 검찰이 남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당시에도 해당 회계자료가 발견됐다. 천화동인 4호 자금 흐름을 잘 아는 관계자는 "김씨와 남 변호사 사이에 빌리고 갚은 4억 원은 천화동인 4호가 사용하던 계좌로 거래됐다"고 전했다.

검찰은 그러자 의심의 방향을 틀어, 2019년 김씨가 남 변호사에게 받은 4억 원이 유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씨 계좌에서 4억 원이 빠져나가 유동규씨에게 흘러간 단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4억 원의 사용처와 종착지를 추적하고 있어, 유씨가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