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한 날, 윤 후보 캠프 SNS 계정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윤 후보가 늑장 사과한 것도 모자라 국민들의 사과 요구를 조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윤 후보 측은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에 미심쩍은 점이 많아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윤 후보 스스로 전두환 발언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한다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윤 후보는 전두환 발언이 나온 19일에는 “앞뒤를 다 빼고 얘기한다”며 도리어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비난 여론이 들끓자 21일에서야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이마저도 처음에는 ‘유감 표명’ 수준으로 냈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서야 “송구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날 밤 윤 후보의 반려견 ‘토리’를 의인화한 인스타그램에는 누군가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올라왔고 윤 후보의 인스타그램에도 나무에 끈으로 사과를 달아놓은 사진이 게재됐다. 사과를 희화화한 이런 사진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할 이들은 없을 것이다.
설령 실무자가 후보와 상관없이 사진을 올렸다 하더라도 사과 사진의 의미를 몰랐을 리 없다. 앞서 윤 후보가 사과를 하지 않는 동안 그의 인스타그램에 사과가 보이는 돌잔치 사진이 올라와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는 캠프 자체가 윤 후보의 성향에 영향을 받아 사과를 조롱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윤 후보의 일상 사진은 부인 김건희씨가 제공한다는 얘기도 있어 정말 실무진의 실수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서부터 뒤끝을 남기는 사과까지 윤 후보 측 행태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른 경쟁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준석 대표도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착잡하다”는 글을 올렸다. 국민들의 심경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