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맞은 잎새의 '부활의 꿈‘

입력
2021.10.25 04:30
25면

가냘픈 표피 곳곳, 벌레가 파먹은 ‘흉터’

그런 내게 행인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깊어진 가을이 나를 홍시처럼 물들이자

붉어진 몸이 상처를 가려 설움이 녹는다

서둘러 온 첫서리에 짧은 행복은 끝나고

바람 불면 끊어질 추풍낙엽의 신세

모래성처럼 부질없는 불안한 나날 속

있는 힘껏 가지에 매달려 발버둥 치지만

이젠 한 몸이었던 친구들과 헤어질 시간

어느 따스한 봄날, 다시 돋아날 것을 믿기에

잠시 이번 생애를 떠나 내세를 기약해야지

흩날리는 서리에 ‘부활의 꿈’은 익어간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