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구속영장에 포함했던 배임 혐의를 제외했다. 검찰은 유씨에게 703억 원대 뇌물과 수뢰약속 혐의만 적용했는데 그마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서 받은 5억 원 뇌물은 빠졌다. 구속기한을 연장해 3주간 수사하고도 오히려 혐의가 줄어든 이런 수사 결과는 보기 드물다. 검사 20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5차례 압수수색까지 벌인 검찰의 능력과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장동 비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개발이익이 특정 업체, 개인에게 넘어가 성남시와 시민들에게 손해를 입힌 사건이다. 배임 문제가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고 유씨는 바로 핵심 인물이다. 검찰도 유씨의 구속영장에 초과이익 환수를 제한해 화천대유 등에 개발이익을 몰아줬다는 배임 혐의를 적시했다.
그런데 막상 배임 혐의가 공소사실에서 빠지면서 사건은 개인 비리로 축소되고, 윗선 수사는 어려워졌다. 야당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수사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논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은 배임죄는 추후 수사한다고 했으나 지금까지의 수사행태를 보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번 사건처럼 대통령과 검찰총장까지 철저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공개적으로 지시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비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착수 28일 만에, 그것도 다른 곳은 4번이나 한 이후 비난이 들끓자 마지못해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받던 유씨가 창 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는 경찰이 찾아냈고, 그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은 이 지사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
찔끔찔끔 수사, 뒷북 수사에 부실기소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배임이 정말 없다면 부당한 비난이겠으나, 대선 후보란 이유로 차단하고 덮는다면 검찰은 존재이유를 망각한 일이다. 검찰 스스로 특검을 불러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