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이 전체 선거구의 20~40%에서 야당 단일후보와 접전 중이란 분석이 나오자 지도부가 긴장하고 있다. 자민당은 각 후보들에게 ‘정세 긴박’ 통지문을 보내고, 진보정당인 일본공산당을 타깃으로 야권 단일화 전략을 비난하는 전술을 펴고 있다.
22일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지도부는 전날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과 엔도 도시아키 선거대책위원장 명의로 ‘정세 긴박, 한 표 한 표의 획득에 전력을’이란 제목을 붙인 긴급 고지문을 전국의 후보자에게 발송했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 등에 게재된 언론사의 여론조사 및 판세 분석 결과 자민당의 단독 과반수 달성이 ‘미묘하다’는 분석이 나오자 경계심을 촉구한 것이다.
문서는 “전국에서 많은 우리 당 후보자가 당락을 다투는 지극히 긴박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여러 선거구에서 야 5당 단일 후보와 1대 1 대결을 벌이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유세를 할 수 없어 “조직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는 현상”을 우려했다. 실제로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자민당 초선~3선 의원의 절반이 당락 선상에 있고, 의석 획득이 유력한 후보는 3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서는 승리를 위한 방법으로 일본공산당을 겨냥한 ‘색깔론’을 제시했다. “이 선거는 자유민주주의 정권인가, 공산주의 정권인가의 ‘체제 선택 선거’인 것이 선명하다”고 강조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정권이 계속돼야 함을 호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공산당은 일본을 스스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평화 국가로 못 박은 헌법 9조를 수호해야 한다며 오랜 지지층을 유지해 온 진보 정당이지만, 일본의 공산화를 목표로 하는 것처럼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식이다.
실제로 자민당이 접전지역에 전략적으로 투입한 인지도 높은 인사들은 최근 공산당 공격에 몰두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1일 요코하마시 JR사쿠라기역에서 자민당 응원 유세를 벌이면서 “미일안보조약을 폐지하고 자위대는 헌법 위반이라는 게 공산당의 기본 정책”이라면서 “공산당의 힘을 빌려 입헌민주당이 집권하면 미일 동맹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총재 선거에서 낙선한 고노 다로 홍보본부장도 거리연설에서 자신의 폴란드 유학 시절을 거론하며 공산당에 대한 불안감을 공략했다. 폴란드가 사회주의 국가였던 1984년에 유학한 그는 “매일 먹는 것은 감자와 절인 양배추뿐이었고, 고기는 배급돼 1시간이나 기다려야 소시지를 살 수 있었다”며 “반면 공산당 간부들은 미국 달러로 좋아하는 물건을 구입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공산당은 처음에는 연립 정권과 내각 외 협력을 하다가 점차 들어와 주인을 내쫓는다”며 공산당과 ‘각외 협력’하기로 한 입헌민주당을 겨냥했다.
입헌민주당은 만약 집권하더라도 일본공산당과 연정을 하지 않고 정책 협력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 위원장도 “체제 선택 선거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대의의 깃발을 토대로 야당 공투(후보 단일화)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