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연은 총재 등 고위급 주식 투자 금지”…윤리 규정 강화

입력
2021.10.22 08:32
댈러스·보스턴 연은 총재, 투자 논란으로 지난달 사임
연은 총재 등 고위급 인사 개별 주식 투자 금지
펀드 사고 팔기 전 45일 전 미리 고지·1년 이상 보유 등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위급 인사들의 개별 주식 보유를 금지하는 등 고강도 투자 제한 규정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거액 투자 논란에 휘말려 잇따라 사임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윤리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은 총재 12명과 연준 이사 7명 등 고위 인사들은 앞으로 개별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없게 된다. 연준은 지금까지 연준의 규제 대상인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주식 매매만 금지해왔다.

금융상품 투자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연준 고위 인사들은 펀드 등의 허용된 금융상품을 사거나 팔기 45일 전에 미리 통보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최소 1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또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큰 시기에 펀드 등 금융상품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 없다. 연은 총재들도 연준 이사들에게 현재 적용되는 것처럼 금융거래 시 30일 내에 그 기록이 공개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에 마련한 엄격한 새 규정은 모든 고위 관리들이 연준의 공공 임무에만 전념해 봉사하고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윤리 기준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와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는 부적절한 투자 사실이 드러나 비판에 휩싸인 끝에 지난달 잇따라 조기 사임했다. 캐플런 총재는 지난해 애플, 아마존, 델타항공 등의 주식에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여러 차례 거래한 사실이 공개됐고, 로젠그렌 총재도 부동산투자신탁 펀드와 화이자 등 개별 주식에 투자해 논란이 됐다. 파월 의장 본인도 인덱스펀드와 지방채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사실로 역시 비판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연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거액의 채권을 매입하는 등 양적완화에 나선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컸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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