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65㎝ 이상, 문신 금지 요건에…고소당한 '미스 프랑스대회'

입력
2021.10.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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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열리는 '2022 미스 프랑스 대회' 피소
여성단체 등 "佛 노동법 따라 차별 보호받아야"
공공장소서 흡연·음주 등 이유로 3명 탈락도
자격 요건 충족 않으면 680만 원 상당 벌금도

101년 전통의 '미스프랑스 선발대회'가 '구시대적' 참가 자격 제한으로 여성 단체 등에 고소를 당했다. 키에 제한을 두거나 흡연·문신을 해도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 트랜스젠더 여성이 최초로 미국의 지역 미인대회에서 왕좌에 오른 현실에서 미스프랑스 대회의 시대착오적 발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 여성단체 '오지 르 페미니즘(Osez le féminisme)'은 미스프랑스 대회의 참가자들이 프랑스 고용법에 따라 편견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이번 대회의 주관사인 엔데몰 프로덕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 노동법에서는 성별·성적 성향·가족 상황·유전적 특성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소송은 미인대회 주관사를 대회 참가자들의 고용주로 간주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11일 열리는 '2022 미스프랑스'에는 키가 165㎝에 미치지 못하거나, 결혼 또는 출산 경력이 있으면 참가하지 못한다.



심지어 붙임 머리를 하거나 문신·흡연자 등도 참가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대회 신청서에는 참가자가 적은 신체 사이즈가 출전 후 변화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5,000유로(약 685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자격 제한은 대회의 목적과 맞지 않아 보인다. 대회 측은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대표하는 젊은 여성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엄격한 참가 자격 요건으로 여성들의 출전 자체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 여성단체는 "이 대회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여성을 착취하는 것 외에도 법 위반을 통해 사회 전체에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엔데몰 프로덕션이 마침내 모든 성차별적 조항을 없앨 때가 됐다"고도 했다.

또한 이러한 자격 요건으로 인해 3명의 지원자가 탈락하기도 했다. 이들은 ①나이 ②키 ③공공장소에서 음주와 흡연 ④문신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이들 역시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



'엄마'라고 왕관 빼앗고, 하얀 피부색만 선호하기도

최근 몇 년 동안 각국의 미인대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 강령 등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2018년 미스우크라이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베로니카 디두센코는 엄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타이틀이 취소됐다.

2019년 미스인도 대회에선 하얀 피부색을 가진 참가자들을 배타적으로 선발해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며 논란를 불러일으켰다. 13억 명의 인구로 수많은 민족에 수백 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인도에서 당시 대회 본선에 진출한 30명의 후보 모두 하얀 피부색을 지녔던 것이다.

이 때문에 대회 주최측이 "유럽 중심의 참가자만을 선택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미스아메리카는 트랜드젠터 여성의 출전을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미인대회라고 해서 모두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던 건 아니다. 6월 '미국 USA 네바다주(州) 대회'에선 파격이 있었다. 트랜스젠더 여성 최초로 카탈루나 엔리케스가 우승을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던 것.

엔리케스는 네바다주 대표로 뽑혀 다음 달 열리는 '미스 USA' 본선에도 트랜스젠더 최초로 출전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만약 그가 미스 USA로 뽑힌다면 미국 대표로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도 나설 수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도 미스프랑스 대회는 여전히 대중의 폭발적 관심을 얻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방송된 미스프랑스 대회는 860만 명이 시청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고의 시청자 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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