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오징어 게임 보셨습니까?”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향해 별안간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청 여부를 물었다. 이 장관이 “어, 제가…” 하며 우물쭈물하자, 지 의원은 “네, 아마 국감 준비하시느라 보지 못하셨을 것으로 안다”면서 “(극 중) ‘강새벽’의 사연은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강새벽은 오징어 게임의 등장인물로 탈북민 출신이다. 북한에 남겨진 엄마를 남측으로 데려와야 하고 보육원에 있는 동생과 같이 살기 위해 큰돈이 필요하지만, 사기를 당하는 등 생계에 허덕여 소매치기로 연명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지 의원은 ‘현실의 강새벽’이 도처에 널려 있다고 강변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탈북민 수는 7,729명이다. 한국에 들어온 전체 탈북민의 24.5%나 된다. 4명 중 1명꼴로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잠재적 빈곤층에 속하는 차상위계층 탈북민도 8월 기준 전체의 약 30%에 해당하는 1만540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긴급생계비 지원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긴급생계비 예산은 최근 3년 동안 동결(2억5,000만 원)됐다. 여기에 지원 대상이 늘면서 2019년 1억2,000만 원, 2020년 1억4,000만 원, 올해 8월까지 2억4,000만 원을 각각 예산 전용을 통해 추가로 지급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 의원은 “(이 장관이) 노력하는 걸 알지만, 탈북민 지원을 늘리겠다는 통일부의 진정성이 떨어져 보인다”면서 관련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이에 이 장관은 “탈북민 정착 지원 문제에 애정을 쏟고 있는 지 의원을 높이 평가한다”며 “전용이 아닌 정상적 예산을 통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관계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지 의원은 2006년 탈북했다. 북한인권 운동을 해오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탈북민 지위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