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23일 만이다. 검찰은 "결대로 수사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뒷북수사’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경기 성남시청의 시장실과 비서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관련 자료가 남아 있는지 살펴보는 한편, 직원들의 과거 업무일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정보통신과 등을 대상으로 5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성남시청 내 핵심 부서로 꼽히는 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자본금을 100% 출자했고, 대장동 사업에 대한 최종 인허가권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요 수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특히 성남도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의 배임 혐의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루됐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지사가 당시 대장동 개발계획 관련 내부 공문에 최소 10차례 서명했고, 유씨가 성남시장 비서실과 직접 소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팀 구성 17일 만인 지난 15일에야 성남시청에 대한 첫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9일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공사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할 때도 성남시청은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나마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도 시장실과 비서실은 제외해 여당 대선 후보인 이 지사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당시) 시장의 부적절한 관여 정황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의혹만으로 함부로 수사 대상을 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성남시장이 바뀐 지 3년이 넘어 이 지사 관련 자료가 없을 가능성이 높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서류들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는 점이 고려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증거 관계에 따라 결대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여론과 정치권 압박에 떠밀리듯 수사한다’는 의심이 강하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시장실 압수수색은 수사팀 의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신호탄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됐던 성남시청을 국정감사가 끝나는 날 압수수색한 것 자체가 '보여주기식 수사'의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찾지 못했던 단서가 새롭게 발견돼 수사팀이 압수수색에 나섰을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시기가 많이 늦어진 만큼 의미 있는 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은 매우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