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SLBM '위협' 맞지만 '도발'은 아니다

입력
2021.10.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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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우리 국민 피해 주는 것이 도발"
핵실험·ICBM도 도발 아니라는 논리

정부가 19일 이뤄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와 관련, “도발이 아닌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는 건 맞지만 도발로 보기 어렵다는, 다소 모순된 논리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SLBM 전력을 진단하며 “발사 플랫폼(잠수함)과 결합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한국군)는 완전체로 개발했으나 북한 SLBM은 플랫폼이 미흡해 초보적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번에 SLBM을 쏘아 올린 8ㆍ24영웅함(2,000톤급)이 실전 배치용이 아닌 ‘시험함’에 가까워 즉시 전력 투입이 가능한 잠수함(도산안창호함)에서 발사에 성공한 우리 군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뜻이다.

특히 서 장관은 ‘북한 SLBM 발사가 도발이냐’는 질문에 “도발은 영공, 영토, 영해와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저희가 용어를 구분해서 쓰는데 이번에는 위협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북한 자국 영해에서 일어난 군사행동이고, 남측 국민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도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 참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논리를 폈다. 정 장관은 ‘북한 SLBM 시험 발사는 전략 도발이냐 아니냐’는 물음에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도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가안보에 중대한 도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도발로 평가할 수 없다는 논리 자체부터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민에 대한 영향’ 여부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SLBM보다 파괴력이 훨씬 큰 무기는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도 도발로 규정할 수 없게 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5일 우리 군의 SLBM 시험 발사를 참관한 뒤 “북한 도발의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조차 이미 북한의 SLBM 개발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발사 시험을 도발로 판단한 셈이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역시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와 별개로 SLBM 발사를 명백한 도발로 보고 있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북한 SLBM은 별개의 발사가 아니라 연속적인 무모한 ‘도발(provocation)’의 최신 사례일 뿐”이라며 회원국들에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촉구했다.

도발을 둘러싼 정부 당국의 해석은 최근 남측의 ‘이중기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북한의 공세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남측의 SLBM 발사 직후 담화를 내고 문 대통령의 도발 발언에 “부적절한 실언”이라고 비난한 뒤 이중잣대를 철회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후 이중기준 표현은 북한 보도나 담화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 청와대와 안보당국은 김 부부장 담화를 계기로 미사일 시험 발사에 ‘유감’은 표하면서도 도발이란 단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조영빈 기자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