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연루 여부의 연결고리로 부각된 배임 혐의는 "공범관계 등을 명확히 수사한 뒤 처리하겠다"며 제외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씨가 2014~2015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하며 대장동 사업자 선정과 사업협약·주주협약 체결 과정에서 화천대유 측에 편의를 봐주는 등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뒤 700억 원(사업수익 25%)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를 적용했다. 김만배씨는 '700억 지급 약속설'을 "실체가 없는 얘기"라고, 유씨는 "술자리 농담일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정영학(53)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가 700억 원 지급 방안으로 △비상장주식 고가 매수 △유씨가 차리는 시행사에 투자하는 방식 △단순 증여 등을 거론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씨가 2013년쯤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정재창씨와 정 회계사, 남욱(48) 변호사 등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게끔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3억5,2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공소장에 넣었다. 정씨와 남 변호사 등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공여 공소시효(7년)가 만료돼 부담이 없었다지만, 이들이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약속한 것이 인정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이 김만배씨 구속영장에 적시한 유동규씨 뇌물수수액 5억 원은 공소장에서 빠졌다. 검찰은 김씨가 올해 1월 유씨에게 수표 4억 원과 현금 1억 원을 줬다는 내용을 구속영장에 실었지만 영장심사에선 현금 5억 원이라고 정정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공소장에 넣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공범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뒤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대장동 사건에서 배임 혐의 사실관계 정리와 논리 구성은 만만치 않은 난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만배씨 등 민간 사업자를 기소할 때 배임 적용 여부를 결론내릴 예정이다. 검찰은 앞서 유동규씨가 김씨 등과 공모해 사업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는 식으로 화천대유 측에 부당 이익을 주고, 성남시에 최소 1,10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유씨 등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바 있다.
검찰은 유씨를 기소한 이날 저녁 유씨를 비롯해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대장동 4인방'을 불러 대질조사를 했다. 수익과 비용 정산 문제로 관계가 틀어진 4인의 진술이 엇갈리자 4자 대질조사를 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곽상도 의원 아들 곽병채씨를 소환해 올해 3월 화천대유 퇴직 시 받은 50억 원의 성격을 추궁했다. 검찰은 앞서 김만배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곽 의원 부자의 50억 원을 범죄사실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윗선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는 신호탄도 이날 뒤늦게 쐈다.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한 것. 검찰은 지난달 29일 정식수사팀 출범 당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시장실 수색은 그로부터 23일 만에 이뤄졌다.
이재명 지사의 혐의점이 아직 뚜렷하게 포착된 게 없고, 성남시장이 바뀐 지 3년이 넘어 이 지사 관련 자료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검찰 안팎에선 "정치권 눈치 보다가 보여주기식 대응이란 오해만 샀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