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전두환 정권 옹호 발언을 한 지 이틀 만이다.
"국민에 맞서는 고집은 잘못이다" "비판과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성찰의 메시지도 냈다. 하지만 이틀 동안 상처를 있는 대로 입은 뒤였다. 정치적 내상이 깊다.
윤 전 총장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두환 전 대통령 발언은) 저의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비판을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 유혈진압)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발언 후폭풍이 나날이 커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유감 표명은 사과의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유감 표현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명시적인 사과엔 여전히 거리를 둔 것이다. 그러면서 "(전두환식 통치처럼) 전문가를 발굴해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었다"며 자신의 진의를 거듭 호소했다.
윤 전 총장은 약 3시간 40분 만에 두 번째 입장을 냈다. 페이스북에서 "전두환 정권에서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 독재자의 통치 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유감 표명'으론 부족하다는 당 안팎의 지적이 계속되자 자세를 한번 더 낮춘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국민에 맞서는 고집은 잘못"이라며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썼다.
페이스북 사과문엔 '뒤끝'도 남겼다. 윤 전 총장은 "정치인이라면 '자기 발언이 늘 편집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의 무게를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자신이 궁지에 몰린 것이 언론 등의 발언 왜곡 탓도 크다는 인식을 은근히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19일 윤 전 총장이 부산 당원들을 만나서 한 발언 전문을 보면,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순간적인 말실수나 발언 짜깁기라고 보긴 어렵다.
사과까지 이틀이나 걸리면서 윤 전 총장의 위기 대응력도 도마에 올랐다. 대선캠프에선 '사과냐' '유감이냐' '침묵이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11월 5일)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강경론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틀간 윤 전 총장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지도자'로 비쳤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발언 파문으로 공 들여 쌓은 '호남 끌어안기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전남 여수와 순천을 방문해 "윤 전 총장의 전 전 대통령 관련 발언에 동의하기 어렵다. 호남시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당대표가 대리사과를 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한편, 윤 전 총장 대선캠프는 21일 '광주 비하'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주동식씨를 광주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했다가 해촉했다. 주씨는 지난해 21대 총선 당시 광주 서구갑에 출마해 "광주는 80년대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