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조한 말이다. ‘가까운 이웃’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서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애써 단서를 달아야 할 만큼 껄끄러운 사이다. 양국은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지만 중국인의 반일 감정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양면적이고 복잡한 속내가 재차 입증됐다. 중국 외문출판발행사업국과 일본 싱크탱크 젠론 NPO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중국인은 66.1%에 달했다. 3명 중 2명꼴이다. 지난해 52.9%보다 13.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일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32.1%에 그쳤다. 지난해 45.2%보다 한참 더 떨어졌다.
그렇다고 양국 국민이 서로 무시하는 건 아니다. 중국 응답자의 70.9%, 일본 응답자의 66.4%가 “중일 관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 변수가 사이를 갈라놓았다. 중국인의 60%, 일본인의 50% 이상이 “미중 경쟁구도가 중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21일 “중국과 일본 모두 양국 관계의 중요성에 높은 인식을 보이면서도 지역 협력과 글로벌 도전에 대처하는 데 있어 일관되게 우려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양국은 2005년부터 매년 이 같은 조사를 하고 있다. 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일본이 2012년 9월 국유화하자 2013년 조사에서 “일본이 싫다”는 중국 응답자는 92.8%까지 치솟았다. 이후 완만하게 하락해 2019년과 2020년 50% 근처까지 내려왔지만 올해 다시 60%를 넘어서며 반등했다.
올해 들어 일본은 중국의 눈엣가시나 다름없다. 미국의 인도ㆍ태평양전략에 발맞춰 ‘중국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홍콩,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과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이익이 걸려 있는 중요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날을 세워왔다. 중국 외교부가 “일본은 집단 대결을 선동하며 시대에 역행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정도다.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시 주석의 일본 방문도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2019년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시 주석과 아베 신조 총리는 “내년 벚꽃이 필 때 일본에서 보자”고 약속했다. 같은 해 12월 중국이 주최한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은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 우의를 과시했다. 이에 시 주석이 2020년 4월 일본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염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