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

입력
2021.10.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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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의 시대가 오고 있다. 사람들은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다소 들떠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감염 사례와 사망자 발생 증가를 무릅쓰더라도 사회경제적 피해를 더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의한 결정이라는 걸 생각하면, 사회·경제적 약자의 삶을 위해 생물학적 약자의 삶을 담보 삼아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위드 코로나'의 시대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의 회귀는 어려울 것이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피해는 어쩌면 더 커질 것을 각오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섣불리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맘 놓고 웃고 떠들다가는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생물학적·의학적 약자에게 지울 수 없는 해를 입힐 수 있다.

국민의 약 70%가 백신접종을 완료했다고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접종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도 상당하다. 또 접종을 마쳤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다양한 변이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양껏 활동하지 못하고 위축되었던 조바심과 답답함은 너나없이 남녀노소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이다. 20여 년 전 IMF가 우리 모두 함께 겪어야 했던 고통이었던 것처럼, 지금의 코로나19 역시 특정한 소수의 사람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공통의 위협이라면, 우리 모두가 같이 합심하여 잘 이겨낼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구나 어린 아동과 청소년, 고령자, 혹은 기저질환이 있는 가족 구성원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면역에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해서 맘껏 자유를 누리다가는 뜻하지 않게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에게 큰 슬픔을 안기게 될 수도 있다. 오늘날처럼 발달한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유기체와 같아서, ‘나’와 ‘너’를, ‘우리 가족’과 ‘남의 가족’을 결코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위드 코로나’, 코로나와 함께하는 일상이란, 지금 이 순간 나의 방종이 내일 누군가의 고통과 상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오늘 유보한 나의 자유가 누군가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누군가를 위해 나의 불편을 감수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란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해내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누군가의 생명에 관한 것이라면, 나를 희생해서라도 이웃을 돕는 게 우리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약한 사회구성원들을 잘 보호하면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일은 결코 소수의 노력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이 나라는 위기극복이 재능이고 특기인 나라이지 않은가. 전후 폐허가 된 국토를 일궈 기간산업을 구축하고 오늘날 IT 강국으로 부상한 저력도, IMF 위기를 헤쳐나오고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태안 앞바다 생태계 회복을 이룬 단결력도 모두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바로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우리의 힘이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람이 희망이다.






이정미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