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기반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첫날 5% 가까이 오르며 성공적인 증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4월 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상장에 이어, 관련 ETF까지 거래를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의 제도권 안착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중 최고치에 근접한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랠리'를 이어가 연내 10만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ETF 전문 운용사 프로셰어즈가 출시한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종목 코드 BITO)'는 4.85% 오른 41.94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BITO 거래량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ETF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카본펀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거래 금액만 9억8,400만 달러(한화 1조1,500억 원)에 달했다. 윌 허쉬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ETF 업계에서 거래 첫날 매우 이례적인 거래량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ETF는 독일, 캐나다 등에서 이미 첫발을 뗐다. 하지만 세계 자본시장을 이끄는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다는 건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을 추종하는 상품이지만, BITO 상장을 두고 현지에선 "가상화폐 산업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비트코인 '투자 귀재'로 불리는 브록 피어스 비트코인재단 이사장은 CNN에 "많은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추가 검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반년 만에 6만 달러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탄 것도 이런 기대와 무관치 않다. 20일 현재 바이낸스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6만4,000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 4월 찍은 사상 최고가(6만4,900달러)와의 간격을 불과 1,000달러 미만으로 좁혔다. 국내 시세 역시 이날 장중 7,900만 원(업비트 기준)을 웃돌며 4월 최고가(8,199만 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일각에선 추후 잇따를 ETF 상장을 계기로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상승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이달에만 자산운용사 발키리, 반에크 등이 비트코인 선물 ETF를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투자전문 업체 펀드스트랫의 톰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트코인 선물 ETF가 비트코인의 오랜 가격 목표치인 10만 달러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극심한 변동성이 비트코인이란 자산 가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신중론은 여전하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1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ETF는 여전히 변동성과 투기성의 측면이 존재하는 자산"이라고 우려했다. 미 자산운용사 D.A.데이비슨의 크리스 블렌들러 연구원은 "선물 ETF 도입이 현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