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원한다면..." 악마들이 사는 '천사의 도시'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1.10.22 10:30
12면
드라마 '브랜드 뉴 체리 플레이버'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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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단편영화를 완성했다.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가 관심을 보인다. 돈과 명예를 단번에 쥘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일이 틀어진다. 배신감을 느낀다. 누군가 복수를 대신해주겠다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리사(로자 살라자르)는 복수를 선택한다. 그는 모두가 보면 깜짝 놀랄 단편영화를 완성해 할리우드에 막 도착했다. 오스카를 수상한 영화 제작자 루(에릭 레인지)가 단편을 바탕으로 장편영화 제작에 나서겠다며 감독 자리까지 제안한다. 하지만 루는 갑작스레 돌변한다. 리사는 분노한다.

①저주를 내리고 싶었는데...

리사 대신 연출을 하게 된 이는 절친한 친구 크리스(매니 저신토)의 지인이다. 리사는 루의 집으로 쫓아가 이유를 알려 달라고 한다. 루는 답하지 않는다. 짐작 가는 점이 있기는 하다. 루가 리사의 허벅지를 만지며 추근댔는데, 리사가 싫어하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리사는 코요테가 출몰한다는 동네에 거주지까지 마련했기에 쉽게 물러날 순 없다. 루에게 강력 항의하자 협박이 돌아온다. 화가 폭발하려 할 때 생면부지 중년여인 보로(캐서린 키너)가 나타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복수를 원한다면 나를 찾아와라.”

보로는 정체를 알 수 없다. 흑마술로 저주를 내릴 수 있다고 한다. 리사는 보로가 제조한 역겨운 음식을 억지로 먹으며 복수를 다짐한다.

②저주는 대가를 원한다

저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천신만고 끝에 저주를 건 결과 루는 딸꾹질에 시달린다. 대가는 크다. 리사는 예기치 않았던 것을 계속 토해낸다. 환각 상태에 빠져 유령 같은 존재가 보이기도 한다. 보로는 저주의 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할 거라면서 더 강한 흑마술을 위해 리사의 협조를 요구한다. 할리우드 스타 로이(제프 워드)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나 리사는 적극 반응할 처지가 아니다. 보로를 만난 후 기이한 일들만 발생하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씩 목숨을 잃는다.

리사의 저주를 눈치챈 루는 반격을 모색하고, 리사가 믿을 이는 보로뿐이다. 하지만 보로는 알 수 없는 존재다. 외양은 마녀이나 그 이상의 존재로 보인다. 리사는 조금씩 보로가 두렵다.

③할리우드엔 천사 대신 악마가 산다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천사의 도시’라는 의미를 지녔다. 하지만 리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천사 대신 악마 같은 존재하고만 마주한다. 루는 정글의 법칙에 익숙한 악당이고, 보로는 자신만 아는 초자연적 존재다. 선의로 리사를 도와줄 이는 크리스와 로이 정도다. 리사는 악에 맞서다 악에 물든다. 그렇다고 리사가 순수하게 선한 이는 아니다.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는 단편영화 이면에는 그의 이기적인 악마성이 깃들어 있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악령이 등장하고, 좀비가 나온다. 하지만 여느 공포물과 결이 다르다. 악령은 쉬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좀비는 움직임이 제법 자연스럽고, 다른 이의 살점에 집착하지 않는다. 차가운 유머와 엽기적인 장면이 뒤섞여 낯선 재미를 빚어내기도 한다. 특히 3부까지는 이야기가 빠르게 흐른다. 솜털이 종종 곤두서기도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위가 약한 이들은 반감을 가질 수 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게 갈릴 드라마다. 로스앤젤레스를 악마의 도시로 묘사한 촬영술이 인상적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