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전망서의 계절이다. 매년 이맘때면 이듬해를 겨냥한 미래 예측서나 소비 트렌드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온다.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2년간 겪은 후 다시 맞게 될 일상의 변화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2'의 경우 지난해보다 단기간 내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출간 2주 뒤 주간 베스트셀러 20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출간 일주일 만에 주간 베스트셀러 9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는 종합 1위에 올랐다. 최근 출간됐거나 또는 출간을 앞둔 트렌드 전망서들은 메타버스 문명과 우주시대의 서막을 예고하며 다가올 위기 속에서도 숨은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 창 발행)가 예측한 내년 메가 트렌드는 '나노사회'다. 사회가 공동체적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개인 단위로 파편화돼 개개인이 오롯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분석을 담은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2'(싱긋 발행)는 자기 자신을 알고 표현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가 열광하는 성격유형 검사 MBTI 등 각종 성향 테스트가 놀잇거리를 넘어 콘텐츠·마케팅 소재로 활용되리라는 전망이다.
리서치 업체 마이크로밀 엠브레인의 '2022 트렌드 모니터'(시크릿하우스 발행)가 꼽은 내년 변화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세대 간 문화 재확산'이다. 부모 세대, 자녀 세대의 삶과 그 삶을 이뤄내는 태도·방향성이 그렇게 이질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2'는 '엑스틴(X-teen) 이즈 백'을 주요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채택했다. 풍요로운 10대를 보내며 신세대의 원조인 'X세대'로 불렸던 지금의 40대가 자신의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면서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2022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알키 발행)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을 돌파할 성공 비즈니스로, 지치고 힘든 사람을 위한 '마음 케어'를 꼽았다. 가상현실로 정신건강을 치료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해외의 관련 사례로 소개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2'도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과 걱정 등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시대를 살다보니 멘털은 중요한 돌봄의 대상이 됐다"며 "새로운 멘털 케어 서비스가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가 예측한 '세계미래보고서 2022: 메타 사피엔스가 온다'(비즈니스북스 발행)는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결합이 만들어낸 신세계에서 살아갈 인류를 '메타 사피엔스'로 규정하고, 메타버스를 새로운 문명의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라이프 트렌드 2022'(부키 발행),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2'(위즈덤하우스 발행),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에서 쓴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2'(김영사 발행) 등도 메타버스를 내년 주요 트렌드로 비중있게 소개하고 있다.
인간은 이제 고정된 장소에서 하나의 정체성으로 살지 않는다. 메타버스 시장이 향후 더욱 급성장하리라는 게 각 전망서의 공통된 시각이다.
올해 세계 억만장자들의 우주관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주관광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와 관련한 새롭고 창의적 산업이 생겨나고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는 게 내년의 전망이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2'에 따르면 정부 기관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 시기를 지나 최근 민간 기업 중심의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사회·문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공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임, 메타버스 콘텐츠로도 활발하게 활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