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단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을 절대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거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를 ‘작은 얼간이’라고 지칭하며 적성국은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자신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파월 전 장관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우드워드는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했던 1989년 이후 32년간 50여 차례 그를 인터뷰해왔다. 마지막 인터뷰는 지난 7월 12일 42분간 전화로 이뤄졌다.
파월 전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 현안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를 두고는 “다음 날 아침 우리가 그들을 파괴하지 않는 방법 이외에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느냐”며 “이란도 마찬가지”라고 단언했다. 북한과 이란이 미국과의 갈등이 불러올 결과를 견딜 수 없는 만큼, 자신들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우리가 그들을 두려워하게 될까. 아니다. 그들이 감히 그러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우드워드가 “어떤 지도자는 ‘자살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고 질문하자 파월 전 장관은 “그렇지만 중국은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시작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을 사랑하고, 북한을 원한다. 나는 그렇지 않지만”이라고 되받았다. 이어 “북한은 나에게 문제가 아니다. 그 ‘작은 얼간이(little jerkㆍ김정은을 지칭)’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라. ‘남의 도움을 받아 하는 자살(assisted suicide)’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절대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대해선 “궁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이 문제에서 벗어나자. 아프간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아프간에는) 나라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내가 철군에 반대하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미군은 해당 인터뷰가 진행된 지 약 50일 뒤인 지난 8월 30일 ‘영원한 전쟁’을 끝내고 20년 만에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당시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면서 철군 당위성을 두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병세를 두고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골수종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만 나는 괜찮다”며 “애석해하지 말라. 나는 이미 84세이고 병마와의 싸움에서 단 하루도 진 적이 없다”고 위로를 거부했다.
파월 전 장관은 1958년 미 육군에 입대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임기 말인 1987년 흑인 최초 국가안보보좌관에 올랐다. 이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1989년 최연소이자 흑인 최초 합참의장을 지냈고,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는 최초로 흑인 국무장관에 임명됐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73, 74년에 동두천 주한 미군부대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한국군은 지칠 줄 모르고 군기가 엄했으며 머리도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