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을 추모하는 '여수·순천 10·19사건 제73주년 합동위령제 및 추념식'이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 사이렌이 여수와 순천 전역에 울려 퍼지면서 엄숙하게 시작됐다.
올해는 지난 6월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 주관으로 처음 열리는 합동위령제와 추념식으로 전남도와 동부지역인 여수·순천·광양시, 구례·고흥·보성군 6개 시·군이 함께 준비해 의미가 더욱 깊었다.
추념식에 앞서 열린 위령제는 '여순 10·19, 진실의 꽃이 피었습니다'를 주제로 전남도립국악단의 진혼무와 유족의 사연 낭독, 여수시립합창단의 추모 합창, 전남도립국악단의 '눈물꽃' 공연이 펼쳐졌다. 또 이순신광장 주변에는 여순사건을 소재로 만든 역사 만화의 발간을 기념하는 원화 전시회와 박금만 작가의 사진전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렸다.
이날 추념식에는 김영록 전남지사와 권오봉 여수시장, 여순사건 유족, 제주 4.3 유족 사절단, 전몰군경회, 순직경찰 유족 대표를 비롯 정치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주철현·김회재· 이용빈 의원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영상 추모사를 통해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우리가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결코 흘려보낼 수 없는 아픈 역사로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민주당 송 대표는 추념사에서 "내년 1월 여순사건 특별법 시행을 앞둔 만큼 민주당은 후속 조치의 차질 없는 이행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여순사건 발생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정부 주관으로 규모 있게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여순사건이 현대사의 비극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역사로 승화돼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성태 여순사건유족회 상임대표는 "법 제정 이후 처음 열리는 추념식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하루빨리 진상규명 통해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앞선 18일 여수를 방문해 만성리 위령비와 형제묘, 14연대 주둔지를 돌아본 제주4·3유족 사절단은 이날 합동위령제가 끝난 후 여수시내 영화관에서 개봉을 앞둔 여순사건 영화 '동백'을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