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한 대형 몰 샌드위치 가게에 기다란 줄이 늘어섰다. 대략 50m에 이른다. 이 가맹점은 장사가 안 돼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한 지 21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가맹점 부활의 이유로 한국 드라마(K드라마)의 힘이 꼽힌다.
19일 드틱닷컴 등에 따르면 15일 자카르타 남부의 대형 몰 칠란닥 타운스퀘어에 미국 샌드위치 가맹점 '서브웨이'가 개업했다. 매장이 문을 열자 음식을 주문하기 위한 줄이 70보(약 50m)에 걸쳐 이어졌다. 현지 매체는 "보행 통로를 뒤덮었다"고 표현했다. 대부분 20, 30대 젊은이들이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매장은 1인당 최대 주문량을 샌드위치 4개로 제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한 조치 기간에 이렇게 긴 줄이 선 게 옳으냐"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현지 매체는 K드라마 덕이라고 평했다. 한 매장 방문객은 "자주 보는 K드라마에 서브웨이가 종종 등장해서 너무 먹고 싶었다"며 "인도네시아에도 (서브웨이) 매장이 있는지 여러 차례 알아봤지만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개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다른 방문객들도 "K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즐겨 먹던 그 맛을 빨리 느껴보고 싶다" "줄서기가 이렇게 심한 줄 몰랐지만 드디어 먹을 수 있게 돼 신난다"고 했다.
실제 서브웨이는 한국 드라마에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태양의 후예(2016년)' '도깨비(2017년)' '사랑의 불시착(2020년)'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월 서브웨이의 K드라마 PPL을 다룬 '한국 TV의 예상 밖 스타: 서브웨이 샌드위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브웨이가 PPL에 이용한 K드라마가 최소 17개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서브웨이는 1990년대 인도네시아에 가맹점을 열었다. 그러나 영업 부진으로 2000년 10월 자카르타와 발리 등의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이번 칠란닥 매장은 21년 만에 다시 문을 연 것이다. 서브웨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자카르타 주변에 8~10개의 매장을 더 열고 내년에는 자바섬 여러 지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인들의 한류 사랑은 유별나다. K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어떻게든 맛보려는 분위기다. 인구의 87%를 차지하는 무슬림을 겨냥해 K드라마에 나오는 소주를 참고한 무(無)알코올 '할랄 소주'까지 탄생시켰다. 소주처럼 녹색 병을 쓰고 한글로 '할랄 소주'라고 새겼다. 할랄은 '허용' '합법'을 뜻하는 아랍어로 이슬람율법(샤리아)에 따라 먹고 마실 수 있도록 도축·처리·가공된 모든 식품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