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지적장애인인 A군은 2019년 11월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입원한 후 80대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했다. 중학생인 A씨를 돌보게 된 할머니는 이따금 그에게 폭언을 하며 화를 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할머니의 입은 더 거칠어졌다. 개학이 늦어지며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탓이다. "다리가 똑 부러져라" "배나 터져라" "어미도 없는 게 XX..."
두려움을 느낀 A군은 늦은 밤까지 밥도 먹지 못한 채 집 밖을 배회하는 날이 늘었다. 2020년 8월 A씨 가정을 찾았다가 심상찮음을 확인한 담당 사회복지 공무원의 신고로 그의 학대 피해가 10개월 만에 정부 기관에 알려졌다. A군은 바람대로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가족·친인척에 의한 가정 내 장애인 학대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기관과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장애인들이 집에 머물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 탓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또 하나의, 그러나 주목 받지 못하는 비극이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장애인 학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경찰 등 관계기관이 확인한 장애인 학대 사건은 518건이었다. 이 가운데 피해 장애인의 '거주지'에서 발생한 학대는 220건으로, 전체의 42.5%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32.9%(310건)보다 거주지 내 장애인 학대가 9.7%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가족·친인척이 저지르는 장애인 학대 사례 역시 증가 추세다. 2019년 253건에서 지난해 331건으로 1년 사이 78건이 늘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204건을 기록했다. 전체 장애인 학대 사건 대비 가정 내 학대 사건의 비율을 보면, 2019년엔 26.8%였고, 올해 상반기엔 39.5%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가족·친인척에 의한 장애인 학대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가정 내 학대의 특성상 실제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장애인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집안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학대는 신고 비율부터 높지 않다. 김원이 의원은 "'폭로조차 어려운 폭력'인 가정 내 장애인 학대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