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선 여성 후보 비율 18% 불과... 여성 의원 세계 최하위권 계속될 듯

입력
2021.10.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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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집계... 자민당 9.7%로 10%도 안 돼
18개 선거구는 여성이 후보로 나온 적 한 번도 없어


오는 31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 나서는 정당 소속 여성 후보의 비율이 2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공시를 하루 앞두고 아사히신문이 18일 집계한 결과다. 2018년 각 정당이 남녀 후보를 가급적 균등하게 추천하도록 노력할 것을 명문화한 ‘후보자 남녀균등법’이 통과된 후 처음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지만, 4년 전인 2017년 선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사히신문 집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무소속 포함, 1,040명의 후보자가 출마를 준비 중이다. 각각 자민당 330명, 공명당 53명(비례 위주), 입헌민주당 240명, 일본공산당 130명, 일본유신회 94명의 후보자가 나설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당 후보 중 여성 비율은 17일 기준 18.4%에 불과했다. 이 중 자민당은 9.7%로 10%조차 안 됐고, 입헌민주당도 18.3%로 20%에 못 미쳤다. 지역구 출마 후보 중 여성 비율은 1996년 10%에서 2017년 17%까지 상승했다. 이번에는 2017년 이후 4년이 지났고 남녀균등법도 통과됐지만 이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에 따라 14일 해산된 기존 중의원의 여성 의원 비율(9.9%)은 이번 총선을 거친 뒤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의원연맹(IPU)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에서 일본은 166위로 최하위권(한국은 121위)이다.

이처럼 여성 후보의 출마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각 당에서 현직 의원이 우선인 점도 있지만, 여성이 공직을 맡는 데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도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8번의 총선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총 289개 선거구 중 18개 선거구에서 여성이 한 명도 입후보하지 않았고, 43개 선거구에선 1명 입후보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성차별 의식이 아직도 강하고 보수적인 지역구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가고시마현(3%), 돗토리·미야자키·도야마현(각 6%), 야마가타·오키나와·나가사키현(7%) 등의 광역지자체가 특히 여성 입후보 비율이 낮았다.

여성 후보가 나오지 않는 지역에선 당연히 여성 의원이 탄생할 수 없다. 주고쿠신문에 따르면 1946~2017년 총 27회의 중의원 선거에서 가고시마·도야마·야마구치·가가와·고치·오이타 등 6개 현에서는 한 번도 여성 의원이 당선되지 않았다. 히로시마·시가·와카야마·돗토리·구마모토·미야자키 등에서도 50년간 단 한 명도 여성 의원이 없었다.

가고시마 4구에서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요네나가 아츠코(58·사민당)씨는 거리 유세에서 “왜 가고시마에선 여성 의원이 나오지 않는가. ‘남존여비의 대표 현’이란 지역 체질 때문인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는 “가고시마에는 ‘여자는 의견을 말하지 말라’는 표현이 있다”며 “여자도 국정에 도전할 수 있다고 젊은 세대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공직선거법에 30% 여성할당 조항이 있지만 의무가 아닌 노력 조항이어서 지역구 상황은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21대 국회 여성 의원 비율은 19%지만 지역구 의원은 11%에 불과하다. 다만 비례대표는 여성을 절반 이상 공천하고 홀수 순번으로 배치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60%가 여성으로 당선돼, 21대 국회 여성 비율은 19%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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