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해 레일 위를 떠서, 소리 없이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미래 교통수단으로 촉망받던 자기부상열차가 한국에서 퇴장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영종도 서쪽 해변의 용유역을 연결하는 인천공항자기부상철도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내 기술로 실용화에 성공, 설치된 자기부상열차지만 시장에서 선택을 받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면서 관련 기술이 사장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기부상열차 운영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며 사실상 운영 중단 방침을 공식화했다. 2008년 개통한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자기부상열차가 현재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승객을 싣고 달리는 국내 마지막 자기부상열차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15주년 맞춰 2016년 1월 개통한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연구개발비 1,000억 원, 6개 역사를 포함한 건설비 3,150억 원, 운영비 385억 원 등 5,000억 원 가까운 돈이 투입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이용객 수가 하루 4,012명으로, 예측치(3만5,156명)의 10% 수준에 그쳤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일 100여 회 운행하던 열차는 올해부터 출퇴근 시간만 운행, 일평균 320명이 이용하고 있다"며 "저조한 이용률과 함께 매년 적지 않은 유지·관리비가 들어가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개통 첫해인 2016년 유지관리비 52억 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 2019년 92억 원을 기록했다. 국토부와 인천공항이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향후 30년간 연평균 178억 원, 총 5,349억 원이 들것으로 예측됐다.
과학도시 대전의 상징이던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엑스포과학공원(현 기초과학연구원)까지 995m 구간을 운행해온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의 퇴장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다. 정부는 2000년대 초 60여 개 지자체로부터 경전철 도입 의사를 확인한 뒤 국내 철도기술 개발과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2006년 한국기계연구원 산하에 ‘도시형 자기부상철도 실용화사업단’을 꾸려 10년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그 첫 결과물이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다. 부품 수 기준 국내 기술 97%가 적용된 철도다.
국내 유일의 자기부상열차가 사실상 운행이 중단되게 된 배경에는 기술개발 초기 국내에 관련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 점이 우선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전시가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당초 자기부상열차로 확정했다가 트램으로 급선회하면서 시장 진출 거점 마련에 실패했다”며 “대전에서 개발된 기술을 대전이 외면했는데, 다른 지역에서 설치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전시는 고가 방식의 자기부상열차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트램(노면전차)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다른 지자체들도 대부분 트램을 선택했다.
자기부상시스템 전문가인 한국기계연구원 박도영 박사는 "국내 철도 시장이 보수적이고 좁은 상황에서 일본, 독일 등 해외에서 기술을 수입하는 경전철과 달리 국산 기술 97%가 완성된 자기부상열차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